“씻을 수 없는 과오… 미래 말할 입장 아니다”… 박태환 ‘약물 징계’ 기자회견

입력 2015-03-28 02:03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간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투여는 도핑테스트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금지약물 적발로 18개월 간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수영스타’ 박태환(26)이 27일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응원해 준 국민과 동료들에게는 용서를 구했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지약물 투여는 도핑테스트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기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도핑 파문과 관련해 함구해 온 박태환은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청문회 전 과정을 준비하고, 국내 검찰 조사에서 변호를 담당해온 우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와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박태환은 “좋은 모습으로 뵙고 싶었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드리게 돼 무거운 마음”이라며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모든 분들께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또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메달을 딴 후배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징계로 박태환이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6개 메달은 모두 몰수처리 됐다.

하지만 약물 투여 의혹들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한 병원에서 맞은 ‘네비도’ 때문에 도핑테스트에 적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태환은 “건조한 피부 때문에 병원에 간 것이지 병이 있어서 간 게 아니다”며 “병원 측에 도핑 관련 약물 리스트도 건네줬고 여러 차례 문제없다는 확인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도 도핑 양성 결과가 나온 뒤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태환은 “그간의 노력들이 모두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지금 여기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가족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이나 메달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