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실익 좌우할 한국 몫 얼마나… AIIB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 지분율 전쟁 올인

입력 2015-03-28 02:30
중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 두 번째)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에 이어 27일 오스트리아도 AIIB 참여 의사를 밝혔다. 룩셈부르크가 기존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 회원국은 30곳으로 늘었다. AP연합뉴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지분율 구성에 있어 국익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정부가 고심 끝에 중국 주도 AIIB 가입을 결정했지만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다. AIIB 내에서 한국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AIIB에서의 발언권과 그에 따른 실익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재 AIIB에 참여하는 국가별 지분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결정한다는 대원칙만 세워진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지분율 계산 공식은 앞으로 정해가야 할 문제다. GDP가 주된 기준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AIIB 창립 회원국들은 다음 달부터 오는 6월까지 지분 배분 방식 등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게 된다. 정부가 3월 말 가입 기한 이전에 AIIB 참여를 결정한 것도 이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AIIB 가입 결정 배경 설명에서 “AIIB 설립 과정에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창립 회원국인 만큼 지분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GDP 수준과 역내·외 국가 등의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이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호주 등 다른 국가의 참여 여부, 재원 기여도나 다른 경제지표, 외교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단언하기는 힘들다. 최 관리관은 “(AIIB) 지분을 경제력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한 바 있으나 여기에 추가적 요소를 더해서 할 것”이라면서 “역내 GDP 기준으로는 한국이 중국, 인도에 이어 3위 정도지만 지분율이 3번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이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한국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지분율은 5.06%다. 정부 내에서는 AIIB에서도 한국 지분율이 5%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GDP 규모를 가지고 계산해보면 5% 전후나 5%를 조금 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면서 “호주가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할 경우 역내에서 중국, 인도, 호주에 이어 4위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초 5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돼 전횡이 우려됐던 중국의 지분율은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AIIB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가 36개국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지분율이 50%를 한참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단순 계산해볼 때 30%대 중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