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다시 ‘뱅크런’ 악몽… 지난주 日평균 4억 유로 인출, 예금 잔고 10년새 최저

입력 2015-03-28 02:27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리스 기업과 가계가 급격히 동요하고 있다. 지난달 그리스 은행권의 예치 자금 규모가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또다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위기가 도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중앙은행인 그리스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금융 개혁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지난달에만 은행권에서 76억 유로(약 9조1362억원)가 인출됐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1∼2월 두 달 만에 204억 유로(약 24조5235억원)가 빠져나가면서 지난달 기준 그리스 은행권의 잔고는 1405억 유로(약 168조8993억원)를 기록해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처음 불거진 2012년 5∼6월에 발생했던 뱅크런 규모(159억 유로)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급진좌파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 출범과 그렉시트 우려로 예금 인출이 급증했으나 지난달 20일 정부와 유로존 채권자 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진정된 바 있다. 하지만 그리스 은행가에서 정부 재정이 곧 바닥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예금 인출이 다시 늘어났고 지난주에는 하루 평균 인출규모가 4억 유로(약 4806억원)에 달했다.

FT는 “뱅크런이 돌발적인 그렉시트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로존 관리자들은 가장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 급격한 예금 인출로 은행들이 지불 불능 사태에 빠지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들에 그날그날 긴급지원을 하는 관행을 포기하게 되면 그리스로서는 자체 화폐 발행만이 금융시스템을 되살리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