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간첩 운운하며 남북관계 위협할 텐가

입력 2015-03-28 02:38
북한이 간첩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우리 국민 2명(김국기, 최춘길)을 억류 중인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가안전보위부가 이들을 미국과 남한 정보기관에 매수돼 ‘최고수뇌부’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 테러분자라고 규정했지만 그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두 사람을 기자회견장에 불러내 공개적으로 북의 주장을 인정토록 한 것은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불어넣음으로써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최씨로 하여금 2012년 10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간첩사건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하게 한 것은 남한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은 2013년 10월에도 김정욱 선교사를 억류해 아직 풀어주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 관례와 인도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북은 미국인을 여러 차례 억류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송환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대미 협상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북한이 만약 두 사람을 대남 협상용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착각이다. 우리 정부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혐의를 덮어씌우는 자체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음을 뜻한다. 만에 하나 두 사람의 신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는 북의 상투적인 선전전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최고수뇌부를 해치려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김씨와 최씨의 신분이나 입북경위 등을 당당하게 밝히는 방안도 검토해야겠다.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한테 특별한 약점이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송환을 위해 외교 채널과 국제기구를 적극 활용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