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엄동설한 지났다 다시 뛰자”… LIG손보 인수 난항끝 성공

입력 2015-03-28 02:54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 인수를 확정하고 봄맞이 새출발에 나섰다. ‘윤종규호(號)’는 KB의 인수·합병(M&A) 잔혹 사를 끊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1위에 올라섰다. 앞으로 은행 부문에 치우쳤던 수익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5일 LIG손보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6월 계약 체결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인수 가격은 6450억원으로 당초 계약보다 400억원 낮아졌다. KB는 외환은행 인수 포기(2006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2012년),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 (2013년) 등 유독 M&A와 인연이 없었다.

LIG손보 인수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홍이 벌어진 ‘KB사태’로 LIG손보 인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LIG손보가 배타적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금융 당국 승인이 늦어지면서 지연이자를 물어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인수를 승인했지만 최종 가격 협상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시간이 지연됐다.

협상의 물꼬를 튼 것은 윤종규 회장이었다. 윤 회장은 지난 19일 구자원 LIG 회장과 회동을 갖고 “구 회장이 일군 LIG손보를 이어받아 국내 최고 보험사로 발전시키겠다”는 등 발언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막판까지 실무선에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이사회 개최 당일인 25일 오전 6시에야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KB는 지연이자도 내지 않고, LIG손보 미국법인 손실분도 반영해 가격을 깎았다. 마지막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미국 금융지주회사(FHC) 승인이 나면 LIG 인수 관련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미국 지점 인수로 KB는 FHC 자격을 받아야 한다.

KB금융 관계자는 “보험 부문 강화로 은행과 카드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