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박에 빠져 안전 외면한 전세버스 기사들

입력 2015-03-28 02:38
전세버스 차고지에 불법 도박장을 차려놓고 도박 자금을 고리로 빌려준 일당 3명과 이곳에서 밤샘 도박을 한 기사 3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로 수학여행 등에 동원되는 전세버스나 회사의 통근버스 기사들이었다. 이들은 오후 8시쯤 차고지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밤새도록 도박을 한 뒤 오전 7시쯤 버젓이 출근했다.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부산 등 장거리 운전에 투입되는 기사들도 있었다. 도박자금을 갚지 못해 자신이 운행하던 버스를 통째로 빼앗긴 사람도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는 기사들이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전세버스를 몰 경우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험 결과 보통 시속 100㎞로 달리면 운전기사가 3∼4초만 깜빡 졸아도 차는 100m가량을 내달린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졸음운전이 사망 사고로 연결되는 비율은 전체 사망사고의 2배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송파구청 앞에서 20명의 사상자를 낸 버스 추돌 사고도 운전기사의 졸음운전 때문이었다.

바야흐로 각종 꽃축제와 야유회, 수학여행 등이 몰리는 계절이 왔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전세버스 사고 통계 9465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봄철(3∼5월) 사고 비중은 36.5%로 가장 높았다. 겨울철(12∼2월·20.9%)보다 무려 15.6%포인트 높았다. 특히 전세버스 사고는 승용차보다 4배 정도의 피해자가 더 발생한다고 한다. 행락철을 맞아 전세버스 기사들이 밤샘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집중적인 단속을 하고, 불법 도박장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차고지에 대한 감독도 철저히 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