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대리전으로 번지는 예멘 내전

입력 2015-03-27 03:10
예멘 남부 항구도시 아덴의 국제공항 인근에서 2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시아파 후티 반군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예멘 북부에서 활동해 왔던 후티는 지난해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한 데 이어 아덴까지 침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수니파 국가들이 이날 후티에 대한 공습에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전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수니파 국가들이 26일(현지시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섰다. 모두 10개 나라가 작전에 동참해 예멘 사태가 중동 전체의 싸움이 된 양상이다. 특히 후티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왔다는 주장도 있어 예멘 내전이 결국 ‘사우디-이란의 대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사우디군이 전투기 100대를 동원해 예멘의 후티 장악 지역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지상군 15만명도 파병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 따르면 예멘 공습에 동참한 국가는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수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바레인 등이며 이집트 파키스탄 요르단 수단도 지상군 파병을 준비 중이다.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들로 사실상 수니파 연합군으로 볼 수 있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보호하기 위해 군함 4척을 홍해 입구 아덴만에 파견했으며 미국도 정보·군수 분야에서 공습을 측면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수니파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후티가 수도 사나에 이어 이번 주 남부 지역 핵심 도시인 타이즈와 아덴까지 장악하자 사우디 등 주변국에 군사개입을 요청했었다. 예멘 북부에서 활동해 왔던 후티는 지난해 9월 수니파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사나를 점령했고, 지난달 9일에는 하디 대통령을 축출했다. 하디는 이후 항구도시인 아덴으로 피신해 이곳을 임시수도로 선포했으나 후티가 아덴으로까지 내려오자 전날 또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

공습은 사나 북부 알다일라미 공군기지와 아덴 인근에 집중됐으며, 2012년 물러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편에 선 정부군이 통제하는 사나 남부 무기고도 공습했다. 살레 전 대통령은 후티를 지원하고 있다. 후티와 연관된 알마시라 방송은 이날 공습으로 민간인 18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아랍권 공습에 힘입어 정부군과 남부지역 민병대가 후티에 빼앗긴 알아나드 기지를 이날 탈환했다.

이란과 앙숙 관계인 사우디는 그동안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예멘에서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가 득세하는 걸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또 홍해의 관문국인 예멘이 불안정해질 경우 석유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예멘 사태를 예의주시해 왔다.

후티는 그동안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후티 지도자들이 이란에 자주 나타났으며, 일부에서는 이란 공군이 후티를 도와 예멘 정부군을 공습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이란과 후티는 군사지원설을 부인해 왔다.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 등의 공습을 “중동 전체의 안전을 위험하게 하는 침략행위”라고 비판하며 즉시 후티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