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IB 창립회원국 지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입력 2015-03-27 03:18 수정 2015-03-27 10:02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정부는 26일 밤 이 같은 사실을 전격 발표하고 중국에 통보했다. 한국은 향후 기존 창립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아 창립 회원국 지위를 얻게 되면 6월 중 완료될 설립협정문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거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간 한국의 가입을 견제해 온 미국 때문에 AIIB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으나 결국 경제적 실리를 택했다. 국익을 우선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AIIB 가입은 안보 문제가 아닌 경제 외교라는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한·미동맹에 한치의 균열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단은 경제적 이익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게다가 미국의 우방인 영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AIIB 가입을 결정해 우리 정부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야 AIIB에서의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중국이 창립 회원국 참여 시한을 이달 말로 제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연내 출범할 예정인 AIIB가 본격 운영되면 우리는 아시아 지역의 대형 인프라 투자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진다. 우리 기업들이 아시아권에선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분야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사업 참여 업체는 물론 한국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의 전반적인 경제 협력도 강화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이은 AIIB 가입은 양국의 협력관계를 한 차원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설립 때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최초의 국제 금융기구라는 점에서 국제 금융과 관련된 외교 영역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AIIB 가입 이후의 핵심 과제도 남아 있다. AIIB 지배구조 개선 문제다. 앞으로 회원국들이 지배구조를 논의할 때 중국의 독점적 지분율을 낮추고 우리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발언권을 좌우하는 게 지분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지분 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도의 지분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치열한 협상 과정에서 영국 등 주요 우방들과 힘을 합쳐 지배구조가 국제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설립안 개선을 적극 요구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AIIB의 투명성과 책임성 등도 담보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독주를 우려하는 미국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모범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미국을 이해시키고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