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프라 900조 시장에 뛰어든다

입력 2015-03-27 03:00

정부가 2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멤버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까지 잇달아 미국을 등지고 AIIB 가입을 선언하면서 더 이상 정치적 논리(한·미동맹)에 밀려 경제적 실익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입 선언은 했지만 한국이 AIIB 내에서 어떤 입지를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중국과의 협상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AIIB 가입은 국제적 대세=2013년 10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AIIB 창립 필요성을 역설했을 때 국제사회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국과 일본, 서구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공적개발원조(ODA) 시장 구조를 중국 혼자 힘으로 흔들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변했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AIIB 가입을 선언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사업 진출 기회라는 실익이 이들 국가들의 ‘의리’와 ‘체면’을 던져버리게 한 것이다.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 수요는 8000억 달러(약 900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외교적 사안으로 엮이면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그러나 3월 말 창립 회원국 참여 가능 시한이 다가오면서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변하고, 이왕 들어갈 거라면 창립 회원국으로 주도권을 갖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시한 5일을 남기고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앞으로 남은 숙제는=AIIB 가입은 한국이 최초로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국제 금융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 인프라 개발 시장의 주변국 신분에서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AIIB에서 우리가 얼마만큼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중국이 AIIB 최대 출자국이자 가장 높은 50%대 전후의 지분율을 보유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국제 금융기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최대 출자국인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 내외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AIIB에 참여하는 국가별 지분은 앞으로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결정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상태다. 또 AIIB와 관련한 투표권은 아시아 지역 내 국가가 75%, 지역 외 국가가 25%를 가질 수 있게 돼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AIIB 지분 구도에서 우리는 인도와 ‘2대 주주’ 자격을 놓고 다툴 수도 있다. 이사회가 상임화될 경우 상임이사 자리도 필수적이다.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리는 일본과 달리 비상임이사국 신분이다. AIIB 총재 자리를 중국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다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부총재직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