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만 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 ‘만수(萬手)’라는 별명을 얻었다.
2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마지막 5차전 경기에서 유 감독이 내세운 수는 ‘상대의 주요 선수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수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정규리그 1위 모비스는 창원 LG를 78대 67로 꺾고 세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갔다.
유 감독은 초반 박구영과 함지훈 등을 투입해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 모두 5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난 LG 주력 선수들의 힘을 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힘이 빠지면 외곽 슛의 정확도도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플레이오프 최다승 감독다운 노련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예상대로 LG는 2쿼터부터 공격과 수비에 모두 밀리면서 모비스에 끌려 다녔다. 4차전에서 모비스의 허를 찔렀던 LG의 외곽 슛은 위력을 상실했다. 15개를 던졌지만 단 하나만 들어갔다.
1쿼터를 17-18로 끝낸 모비스는 2쿼터부터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 등을 앞세워 점수를 쌓기 시작했다. 반면 LG는 모비스의 철벽 수비에 막혀 고작 8득점에 그쳤다.
후반전에도 모비스는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양동근은 모비스의 키 플레이어답게 활발히 움직였다. 유 감독은 “선발로 송창용을 써 문태종을 막으면서 지치게 한 게 통했다”고 말했다.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도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양동근은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LG 수비를 흔들었다. 16점을 넣으며 공격도 주도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공교롭게도 양동근이 활약한 1, 3, 5차전에서 모비스가 이겼고 부진한 2, 4차전은 패했다.
LG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모비스에 무릎을 꿇었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LG는 10번의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4강으로 직행한 모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의 체력은 소진된 상태였다. 또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마치고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이 ‘애국가 스트레칭’ 논란으로 퇴출되는 악재도 만났다. 김진 감독은 “선수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온힘을 다해 투혼을 보여줘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결과는 아쉽지만 경험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적장 유 감독도 “어려운 상황에서 저 정도로 뛰어다닌다는 것은 정신력 아니면 어렵다. LG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모비스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3시즌 연속이자, 통산 최다인 6회 우승에 도전한다. 29일 원주 동부 대(對) 인천 전자랜드전 승자와 같은 장소에서 1차전을 갖는다.
울산=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농구] 萬手의 모비스, 3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
입력 2015-03-27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