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권이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오히려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 당국 공직자들도 대체로 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금융지주사들이 CEO의 급여 보수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안건을 이미 의결했거나 의결할 예정이다. 27일 정기 주총을 앞둔 하나금융은 지난해 7만주에서 5만주로 줄였던 성과연동 주식보상의 한도를 7만주로 환원하는 내용을 의안으로 올렸다. 성과연동 주식보상제도는 3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실적에 따라 경영진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은 2013년 기본급으로 9억원과 2012년 성과를 반영한 상여금 4억4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성과연동주식 최대 3만9580주(당시 가치 17억4000만원, 현재 가치 11억2600만원)가 추가된다. 지난해 김 회장은 연봉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0%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보수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난항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이번 정기 주총에서 비슷한 안건을 처리했다. 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은 2013년에 기본급·상여금 14억원과 성과연동주식 3만40주(당시 가치 14억2000만원, 현재 가치 12억5500만원)를 받았다. 고액연봉 논란에 신한금융 역시 기존 60억원이었던 이사보수 한도를 작년 정기 주총에서 3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열린 주총에서 한도를 45억원으로 다시 늘려 1년 만에 결정을 뒤집었다.
재산공개 대상인 금융 공직자들도 대체로 재산이 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예금 증가가 주된 이유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기준 913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1년 전 마이너스(-670만원)였던 신고액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정책금융공사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부채 일부를 상환한 덕분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5375만원 늘어난 8억853만원을 신고했다. 최근 취임한 임종룡 위원장은 내년 재산공개 대상이다.
금융위에서는 미국 변호사 출신인 김학균 상임위원의 재산이 94억692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 위원은 비상장주식 매도, 상가 임대수입 증가 등으로 재산이 1년 새 4억7397만원 불어 증가액도 1위를 차지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 김한철 이사장은 1억1708만원 불어난 24억2330만원, 신용보증기금 서근우 이사장은 1억1477만원 늘어난 38억2791만원을 신고했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의 재산은 78억3091만원으로 1년 만에 4억6469만원이나 늘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억7155만원을 신고해 전년보다 1837만원 증가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금융지주사 ‘주총’·공직자 ‘재산공개 현황’ 들여다봤더니… 금융권, 일부 수장 '연봉 잔치' 빈축
입력 2015-03-2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