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의 희생자를 낸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 직전에 조종실(Cockpit)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비행기가 곤두박질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종사들 사이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발견된 첫 번째 블랙박스인 음성녹음장치(CVR)를 분석한 결과 사고기가 하강하기 전에 한 조종사가 조종석 밖으로 나갔고, 이후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녹음기록 분석에 참여하고 있는 고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비행 초기에 조종실에서는 차분한 대화들이 오갔다”면서 “그러다 추락 시각에 가까워질 즈음 한 조종사가 조종실을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시 후 밖에서 조종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안에서 아무 대답이 없었고 이때부터 문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조종실에서는 끝까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NYT는 “한 명의 조종사가 왜 조종실을 나갔는지, 혼자 남겨진 조종사가 추락하는 순간까지 왜 문을 열지 않았는지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내 기압장치 고장으로 조종사가 저산소증에 빠졌거나 추락 전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아울러 기내 화재가 발생했거나 조종사의 자살비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8분 동안 급강하한 것이 ‘조종실의 미스터리’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기가 맑은 날씨에 갑자기 산을 향해 급강하했고, 그럼에도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보내지 않은 점 등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 일간 빌트는 프랑스 관제탑과 여객기 간 마지막 교신은 10시30분에 이뤄졌으며 기체가 승인 없이 하강을 시작하자 세 차례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고, 10시40분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사고기의 조종사 비행경력은 10년간 6000시간이지만, 부조종사의 경우 2013년 9월부터 조종간을 잡기 시작해 비행시간이 630시간 정도라고 전했다. 조종실을 나간 사람이 둘 중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기 주요 부분의 위치와 상태가 기록돼 있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행기록장치(FDR)는 이날 내용물 없이 상자만 발견됐다. 데이터가 담긴 내용물은 추락하면서 떨어져 나갔거나 충격으로 부서졌을 가능성이 높다.
탑승객의 시신 수습도 진행되고 있으나 시신의 형체를 찾기 어려워 신원 확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지역 주민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마치 거인이 축제를 위해 작은 색종이 조각을 뿌려놓은 것 같은 광경”이라면서 “시신도 사람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신체 일부분만 흩어져 있어 현장을 지켜보기도, 보이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도 힘겹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함께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사고로 희생자를 낸 모든 국가와 협력하겠다”면서 “사고 원인 파악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다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 사고기에는 독일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일본 덴마크 벨기에 이스라엘 호주 미국 등 18개국의 승객과 승무원 150명이 탑승했다가 모두 사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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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7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