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함석헌과 더불어 이 땅을 대표하는 종교사상가로 공인된 다석 류영모 선생의 3년간의 강의를 기록했다. 다석은 평생 쓴 일기 ‘다석일지’ 외에 스스로 책을 써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다석과 관련된 책들은 다석이 직접 구술하거나 쓴 것이 아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려는 제자들의 기록이거나 사상 해설서가 전부다.
이 책은 다석이 1959년부터 1961년까지 종로 YMCA 연경반에서 한 강의등을 정리한 것이다. 류영모는 강의시간에 성경과 사서삼경, 불경, 그리고 자신이 일지에 쓴 한시와 시조를 풀이했다. 자칫하면 그냥 흩어지고 말았을지 모를 이 강의 내용은 연경반 수강생 주규식이 공책에 받아 적음으로써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다석은 물욕, 식욕, 정욕을 지닌 이기적인 자아의 삶에 집착하지 말고 진정한 ‘나’ 즉 하나님이 주신 영원한 생명으로 솟아나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오늘 하루살이’(一日一生)의 철학으로 잠자는 것과 죽음을 똑같이 보고 하루를 평생으로 여기며 매일 죽는 연습을 했다. 그에게 몸의 죽음은 진정한 죽음이 아니므로 두려워할 일이 아니었다.
다석은 일생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었다. 예수를 삶의 모범으로 삼아 진리에 헌신했다. 이 책에 실린 45편의 강의 내용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 말고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알라’는 말이다. 1960년 9월 23일에 쓴 시조 ‘알라’를 중요하게 여겨 여러 차례 강의했다. 꼭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알라’는 허공이 모든 물질의 근원이며 진정한 나임을 스스로 깨쳐 알라는 뜻이다.
류영모는 삶이란 눈 뜨고 꾸는 꿈이라고 했다. 죽음은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는 오늘의 철학으로 잠자는 것과 죽음을 똑같이 보고 하루를 평생으로 여기며 매일 죽는 연습을 했다. 예수가 말한 영원한 삶(영생)도 육체의 부활이 아니라 얼의 부활, 얼의 영생이라고 말한 것이다.
윤중식 기자
[책과 영성] “삶은 눈 뜨고 꾸는 꿈”… 잔잔한 깨우침
입력 2015-03-28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