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공채 실기시험 현장] 30㎏ 들고 ‘끙끙’… 환경미화원 바늘구멍 통과하기

입력 2015-03-27 02:05
26일 강원도 춘천 송암운동장에서 춘천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실기시험이 진행됐다. 응시자들이 30㎏ 짜리 모래가마니를 들고 70초간 버티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한 26일 오전 10시 강원도 춘천 송암운동장. 30∼40대 건장한 남성들이 모래가마니 앞에 1명씩 자리를 잡고 가마니에 달린 노끈을 힘껏 움켜쥐었다. 심사위원장은 “우선 머리 위에 모래가마니를 얹고 기다리다 호각소리가 나면 가마니를 머리 위로 올려야 합니다”라며 시험규정을 설명했다.

이윽고 ‘삐∼익’ 하는 호각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펴졌다. 2015년도 제1회 춘천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실기시험 중 ‘30㎏ 모래가마니 버티기 시험’이 시작된 순간이다. 10명의 응시자들은 ‘만세 자세’로 시험에 돌입했다. 20초쯤 시간이 흐르자 팔과 몸이 벌벌 떨리고,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합격 기준인 70초를 4초 남긴 순간 몸을 휘청거리던 한 응시자는 가마니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심사위원장은 “모래가마니는 바벨과 달리 중심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강한 근력과 정신력이 없으면 합격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70초 지났습니다.”

심사위원장이 종료를 알리자 응시자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마니를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김모(44)씨는 “2초만 더 있었으면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면서 “최종 합격하면 현재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을 정리할 예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시험응시가 3번째라는 박모(43)씨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비교해 복지, 급여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점이 없어 응시했다”면서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은 윗몸 일으키기와 유연성 테스트, 모래가마니 들기, 800m 달리기 순으로 진행됐다. 체력시험 4종목 모두 통과해야 다음 시험인 업무기능 측정,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모두 6명을 선발하는 이번 채용시험에는 모두 203명이 접수해 3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춘천시 9급 행정직 공무원 채용 경쟁률 21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60년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초임도 3600만원으로 높아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대 졸업 이상 응시자는 41%, 석사 학위 소지자도 1명이 포함됐다. 20∼30대는 112명으로 전체 55%를 차지했다.

춘천시 오동선 총무과장은 “과거에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편견 때문에 평균 나이가 높았는데 해가 갈수록 20대 참가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안정된 직장, 경기침체와 취업난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경쟁률이 매년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