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 영유아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이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상당수 지역의 예산이 이달 말로 바닥나 당장 며칠 뒤부터 보육대란이 우려된다. 지역 교육청들은 관련 예산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전북 강원 제주 광주 등 5개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이 오는 31일 소진된다.
이들 교육청은 지난 연말 오랜 줄다리기 끝에 3개월치 예산을 편성했지만, 또다시 석 달 만에 같은 홍역을 치르게 됐다.
여야는 3개월치 5064억원의 예산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고 부족분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각 교육청이 충당키로 하고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각 교육청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의 책임을 교육청에 전가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혼란이 큰 곳은 전북지역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202억원의 목적예비비를 앞당겨 집행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줄 추가예비비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더라도 지방채 발행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4개월15일치 예산만 편성한 경기지역도 혼란이 눈앞에 와 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지난 9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누리과정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2개월치만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은 25일 광주시로부터 60억원의 예산을 긴급 지원받아 부랴부랴 급한 불을 껐다.
강원도교육청은 직원 인건비 예산, 전남도교육청은 직원 명예퇴직 수당 등을 어린이집 보육료로 돌려쓰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과 충북은 4개월치, 전남과 제주·울산은 5개월치, 경북과 대전은 6개월치, 대구와 충남은 7개월치를 확보해 놨으나 예산이 바닥난다면 이들 지역도 같은 혼란과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난 지자체에서는 관내 어린이집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되고,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누리과정 지원 중단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북에서만 3000여명의 유아들이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으로 옮겼다. 전북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 24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한 차질 없는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며칠 새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어린이집은 물론 애꿎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교육개혁추진협의회’를 열고 누리과정의 예산을 ‘의무성 지출경비’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누리과정 예산이 의무성 지출경비가 되면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지 못한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예산 부담은 교육청이 진다”는 교육감들의 반발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전국종합
5개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4일 뒤 동난다
입력 2015-03-27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