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백화점 업계에 ‘편집매장’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편집매장은 브랜드별로 공간을 나눠 상품이 입점하는 것과 달리 특정한 콘셉트 아래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한 공간에 전시해 놓은 매장이다.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고,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서울 중구 본점 매장 개편 시 편집매장인 ‘영캐릭터 ZONE’ ‘컨템포러리 슈즈 ZONE’을 새로 오픈한다고 26일 밝혔다. 2012년까지 12개였던 본점의 편집 매장은 지난 1월 두 개 매장이 오픈한 데 이어 다음달 두 개가 추가되면서 모두 21개로 늘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편집매장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13년 롯데백화점 본점의 편집매장 신장률은 41%였으나 지난해에는 102%로 높아졌다. 2006년 프리미엄 데님 편집매장 ‘데님바’를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2012년 이후 매년 편집매장 신장률이 71.3∼80.4%에 이르고 있다. 1996년 업계 최초로 생활용품 편집매장인 ‘피숀’을 오픈한 신세계 역시 지난해 41.0%의 편집매장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별로 편집매장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편집매장을 통한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화점별로 입점 브랜드가 거의 평준화된 상황에서 브랜드 선정부터 매장 운영까지 말 그대로 편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백화점의 색깔을 보다 선명히 드러낼 수 있다.
또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하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 편집매장에서 반응이 좋아 단독 매장으로 입점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모두 7개 브랜드를 편집매장에서 독립, 단독 브랜드로 입점시켰다. 미국의 유명 편집매장 ‘오프닝 세러모니’처럼 편집샵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체 상품을 선보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편집매장 ‘분더샵’ 브랜드로 정장, 재킷, 아동 티셔츠를 판매 중이다.
업계에선 취급 상품도 패션 위주에서 생활, 잡화 등 라이프스타일 복합형으로 바뀌고 있어 보다 다양한 형태의 편집매장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이세탄백화점이 특정 콘셉트에 맞춰 상품을 진열해 백화점 전체를 편집매장화했듯 국내의 경우도 백화점 본연의 색깔을 강조하는 편집매장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매출부진 백화점 업계 ‘편집매장’이 효자… 고객반응 즉각 확인할 수 있고 고유色 드러낼 차별화 가능
입력 2015-03-27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