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식스맨 강한 팀이 챔프전 보인다

입력 2015-03-27 02:46
“노장 선수들이 많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요.”(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선수들 발이 코트에서 안 떨어지네요.”(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

“전체적으로 체력적인 부분에서 버거워했습니다.”(창원 LG 김진 감독)

“우리도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어요.”(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각 팀 감독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했다. 정규리그가 끝나자마자 쉴 틈도 없이 플레이오프에서 격전을 치르다 보니 주전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졌고 집중력까지 약해졌다. 따라서 식스맨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주전 선수들을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식스맨은 때로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식스맨의 ‘미친 플레이’가 나오면 경기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 22, 24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3, 4차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식스맨들이 승부의 키를 쥐었다. 3차전에선 정규리그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울산 모비스의 벤치 멤버 박구영이 펄펄 날았다. 정규리그에서 득점이 경기 당 평균 3.74점에 불과했지만 3차전에선 승부처마다 3점슛 5개를 넣는 등 17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 뒤 4차전에서는 창원 LG의 양우섭과 김영환이 4쿼터 막판 3점포를 터뜨리며 승부를 5차전까지 몰고 갔다.

또 다른 4강 플레이오프인 원주 동부와 인천 전자랜드 경기도 식스맨이 키 플레이어였다.

동부는 23일 3차전에서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벤치 멤버 박병우의 3점포를 시작으로 박지현, 김주성, 앤서니 리처드슨이 연속 득점을 올려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5일 4차전에선 전자랜드 정병국과 정효근이 각각 전반과 후반을 책임지면서 대승을 이끌었다.

식스맨 자원이 풍부한 팀의 경우 선수 개인의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대표적인 팀이 모비스다. 노련한 가드 양동근을 중심으로 함지훈, 문태영,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식스맨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6위로 플레이오프 막차를 탄 전자랜드 역시 스타 선수가 없지만 주전 선수들과 식스맨들을 골고루 내세워 이변을 연출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개인기 위주의 팀보다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들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애틀랜타는 슈퍼스타 없이도 39세의 노장 센터 팀 던컨을 주축으로 벤치 멤버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농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