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최저 1만원의 회비로 전 국민을 ‘패트런(Patron·예술애호가)’으로 만들어 부유층의 향유 문화로 인식돼온 미술판 파이를 키우고 싶어요.”
미술계의 ‘에너자이저’ 표미선(66·사진) 표갤러리 대표가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서울예술재단을 설립했다. 34년간 화랑을 운영해 왔고, 15·16대 화랑협회장(2009∼2014)까지 맡았던 그가 화상(畵商)으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사회 공헌 모델로 만든 것이다. 구체적 사업을 위해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의 3층 단독주택을 임대해 서울예술재단플러스도 마련했다. 작가와 후원자를 잇는 ‘아트 플랫폼’이 될 이 공간은 성곡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다음달 7일 이곳에서 창단식과 함께 첫 행사로 ‘포트폴리오 박람회’를 갖는다는 그를 26일 만났다.
박람회는 신진 작가·발굴 지원을 위한 것이다. 누구든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와 현장의 7명 심사위원에게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된다. 평면과 입체 부문 각 최우수상 1명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돌아가며 총 20명 입상자에게는 이곳에서 전시(4월 21일∼5월 31일)도 열어준다.
서울예술재단의 핵심 사업은 실물 작품 아카이빙이다. 최대 3000점을 소장할 수 있는 작품 보관 ‘창고’도 갖추고 있다. 도난 등에 대비해 보험도 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는 큐레이터, 작품 평을 쓰려는 평론가 등이 작가의 작업실을 구태여 찾아가지 않아도 여기서 실물 작품을 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큐레이터 대상의 기획전 공모나 아마추어 평론가 대상의 비평 공모도 열 계획이다.
표 대표는 모든 활동의 성패는 십시일반의 후원자 참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랑에서 아무리 전시를 많이 해도 시장이 커지지 않아 고민했다. 결국 고객수의 저변이 넓혀지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판단해 재단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00원짜리 전시 팸플릿도 공짜로 얻으면 그냥 버리지만, 제 돈 주고 산 건 500원 엽서그림도 보관하지 않느냐”며 “뭔가 개입이 돼야 미술에 대한 애정도 생긴다”고 말했다.
후원자들은 ‘미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할 서울예술재단플러스에 수시로 와서 전시를 보고 작가들을 만나고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작품을 일정기간 대여해 집에 걸어 두고 볼 수 있다. 그는 “1만원으로 메디치가문의 기쁨을 선사하는 게 포부”라며 “이곳이 모두의 참여를 통해 연예기획사처럼 작가를 키우는 공간이 되겠지만, 비영리라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미술계 ‘에너자이저’ 표미선 대표 “月 최저 1만원의 회비로 메디치가문의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요”
입력 2015-03-2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