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의 트렌드는 50, 60대 은퇴 부부에서 20, 30대 청년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대부터 팍팍한 서울의 삶과 직장에서의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는 30대 등이 귀농·창업을 꿈꾸는 것이다.
서울의 한 전자부품 관련 중소기업의 12년차 과장이던 정성준(39)씨도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달 말 전남 영암 덕진면에 새 터전을 마련해 ‘벼농사꾼’으로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켜하지 않던 아내가 지난해 여름 “같이 내려가보자”고 결심하면서 ‘귀농의 꿈’에 속도가 붙었다. 마침 한국농식품직업전문학교에 저녁시간 귀농교육을 받을 수 있는 3개월짜리 과정이 있었다. 정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시골생활이 로망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텃세’에 크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다. 정씨 가족의 귀농 생활은 이제 시작이지만 만족도는 높다.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됐던 아내가 시골 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다. 정씨는 “아내가 몇 년 만에 일을 갖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6학년생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상 이상이다. 정씨는 “학생 정원은 적지만 지역의 지원은 서울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적극적이어서 교육서비스의 질도 더 좋다”고 말했다.
직장을 관두고 내려온 정씨 본인은 어떨까. “일단 내가 움직인 만큼 소득이 생기고, 달라지는 것이 보이는 게 직장생활보다 좋다”면서 “귀농은 모두 부러워하지만 선택하긴 어려운 일인 만큼 여러 교육 프로그램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씨처럼 귀농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2030세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30세대에 특화한 창업·취업 교육과정을 2개씩 운영 중이며 충남대에는 비농학계열 학생을 위한 귀농·귀촌 창업 관련 교과도 개설됐다. 매년 말 농식품산업 관련 창업계획서 공모전도 열린다.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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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한마당 2015] “청년 실업? 귀농으로 뚫어 보세요”… 30代 새내기 농부 정성준씨
입력 2015-03-2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