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前 추방된 유대인 후손들에 스페인 시민권 부여

입력 2015-03-27 02:27
500여년 전 스페인에서 추방됐던 유대인 후손들이 조상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가 정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 등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하원이 스페인에서 살던 유대인을 지칭하는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1492년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과 유대교 세력을 몰아내고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국토회복 운동을 벌인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라 1세와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드 2세는 유대인 추방을 골자로 한 알람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당시 유대인들은 4개월 안에 스페인을 떠나거나 개종할 것을 명령받았고, 떠날 경우에도 주조화나 금은은 가져가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세파르디 유대인들은 스페인에서 시민권을 얻으려면 2년간 거주한 뒤 이전 국적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스페인어 능력시험을 통과하고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이란 사실을 증명하면 시민권자가 될 수 있다.

신청자 대부분은 현재 자신들이 사는 곳에 머물면서 스페인 여권도 소지해 유럽을 자유롭게 드나들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정부는 “1492년 추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큰 실수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상원의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무난히 통과돼 5월이면 공식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엘파이스는 “정부는 법이 시행되면 약 9만명의 세파르디 유대인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번 법안은 이스라엘 터키 베네수엘라 등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세파르디 유대인에게 큰 기대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유대인 사회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부유한 유대인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법을 만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스페인 정부가 당시 유대인과 함께 쫓겨난 이슬람인 수십만명의 후손에게는 시민권을 줄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같은 시기 유대인을 추방했던 포르투갈도 지난 1월 유대인 후손에게 시민권을 부여키로 결정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