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또 두 손 들게 할 것” 제파로프 “이번엔 꼭 승리할 것”… 한-우즈벡 오늘 평가전 자존심 대결

입력 2015-03-27 02:42

한 달여 만의 리턴매치. 누구보다 날카롭게 창끝을 벼리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독일에서 뛰는 ‘손세이셔널’ 손흥민(23·레버쿠젠)과 한국에서 뛰는 ‘백전노장’ 세르베르 제파로프(35·울산 현대)가 그들이다. 둘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평가전에서 자국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손흥민 “또 두 손 들게 해 주마”=우즈베키스탄 선수들에게 경계 대상 1호인 한국 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모두 “손흥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5 호주아시안컵 8강전.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2∼3명의 우즈베키스탄 수비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거친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움츠러들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연장 전반 14분과 후반 14분에 연속 골을 터뜨려 한국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두 차례나 골 맛을 본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로 돌아가 멀티골,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호 골을 기록, 차범근 전 감독이 과거 1985-1986 시즌에 달성한 19호 골에 3골 차로 근접했다. 최근 소속팀에서 3경기 연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골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손흥민은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과거 개인기로 골을 뽑아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이타적인 플레이에 눈을 뜬 만큼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 필요가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대비하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것이 바로 팀플레이에 의한 득점이다.

왼쪽 윙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손흥민이 원톱, 오른쪽 윙과 호흡을 더 잘 맞추면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배가된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상대 전적에서 9승2무1패로 크게 앞서 있다.

◇제파로프 “이번엔 꼭 이기고 싶다”=‘우즈베키스탄의 박지성’으로 통하는 제파로프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벤치를 지키며 연장전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번 평가전에서 설욕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제파로프는 울산의 동료들에게 “한국에 매번 졌다.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제파로프는 ‘지한파’다. 2008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제파로프는 2010년 7월 FC서울에 임대 영입됐다. 제파로프는 반 시즌 동안 18경기에서 1골 7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서울의 K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1년 7월 알 샤밥으로 떠났다가 2013년 2월 성남FC에 둥지를 틀어 지난 시즌 시민구단 최초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제파로프는 이번 시즌 윤정환 울산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윤 감독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기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그를 중용하고 있다. 제파로프는 날카로운 패스와 안정적인 볼 키핑 능력을 뽐내며 울산의 상승세를 이끄는 중이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에서 2승1무(골 득실 +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파로프는 울산의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24경기에 출장해 7골을 넣었는데 올해는 3경기에 나서 벌써 2골이나 터뜨렸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제파로프를 묶어야 한다. 부상으로 낙마한 장현수(광저우 부리) 대신 발탁된 울산 수비수 정동호는 “제파로프는 공을 정말 잘 차는 선수”라며 “빡세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터프한 플레이로 압박하고 위축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