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이 연합해 다음달 5일 오후 3시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진행하는 ‘2015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의 대표 대회장 이신웅 목사, 준비위원장 이홍정 목사, 사무총장 구자우 목사를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더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부활절 연합예배의 의미와 준비과정을 들어봤다. 이 대표 대회장은 “올해 부활절 예배가 교단연합, NCCK, 한기총 3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형태로 개최하게 된 것은 갈등의 결과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인정하고 한국교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모습의 연합과 일치를 모색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획일화된 조직과 획일화된 예배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 했다면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좌담 참석자>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대표 대회장 이신웅(기성 총회장) 목사
준비위원장 이홍정(예장통합 사무총장) 목사
사무총장 구자우(예장고신 사무총장) 목사
<사회 : 이승한 종교국장>
△이승한 국장=부활절 연합예배가 3곳에서 진행되면서 이번에도 한국교회가 연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신웅 대표 대회장=연합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다양성을 인정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가 3곳에서 각각 진행된다고 한국교회의 분열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각 예배의 주관은 다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그래서 좋은 취지로 서로의 예배를 인정하고 돕자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부활절 예배가 한 곳에서 이뤄지진 않지만 각각의 부활절 예배는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교단이 연합해 드리는 이번 부활절 연합 예배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교단이 참여합니다.
△이홍정 준비위원장=지난해 부활절 연합예배는 2012년 이후 3년 만에 한국교회 50개 교단이 참여하는 등 한국교회의 연합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를 단독으로 주관한다고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번 주 초까지 이 상황을 돌리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일치를 추구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 하나의 조직과 하나의 예배를 추구하고 그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불만족과 갈등이 생겼습니다.
△구자우 사무총장=한국교회가 하나의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면 좋겠지만 여기에 너무 매달리면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큰 틀 안에서 포괄적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것,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NCCK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예배를 드립니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기총은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고 섬긴다는 차원으로 ‘일본군 위안부, 장애인,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자 가정을 위한 한국교회 부활절 특별감사예배’를 드립니다. 역시 의미가 있습니다.
△이 국장=교단이 연합한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NCCK의 팽목항 행사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준비위원장=팽목항 행사는 다음달 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NCCK는 2일 오후 2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석교삼거리에서 팽목항까지 10㎞를 침묵 행진한 뒤 세월호 가족들의 발을 씻깁니다. 3일에는 한 바지선에 올라 예배를 드립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우리도 참여합니다.
△이 국장=교단 중심 부활절 연합예배의 의미를 설명해주십시오.
△이 대표 대회장=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입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로 통일에 대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통일이 되려면 먼저 화해해야 합니다. 화해는 기독교의 어젠다이고, 화해하려면 복음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강력하게 선포할 수 있는 분을 설교자로 모셨습니다. 백남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입니다. 이분을 통해 예장 합동 교단이 적극 참여하게 됐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루터교도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비록 함께 예배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NCCK와도 화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기총도 마음은 함께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구 사무총장=‘화해’ ‘통일’이라는 주제에 맞게 특별한 분들이 성경을 봉독합니다. 탈북민 박지선씨와 다문화 2세 박시몬 학생, 손양원 목사의 장녀 손동희 권사입니다.
△이 준비위원장=영적인 차원에서 하나님과의 화해,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과의 화해와 민족과의 화해, 생태적 차원에서 자연과의 화해가 필요합니다. 민족사적으로 광복 70주년 이면에는 분단이 있습니다. 분단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생긴 민족 간의 질시와 갈등이 교회 안에도 내재돼 있습니다. 이는 민족 간의 화해를 통해 풀어야 합니다. 따라서 교회가 민족 간의 화해를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나 모두 하나 되게 해 달라는 염원이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 담길 것입니다.
△이 국장=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를 교회사적으로 본다면 어떻습니까.
△이 준비위원장=올해가 한국선교 1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특별히 미국 북장로회 언더우드와 북감리회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은 1885년 4월 5일입니다. 올해 부활절 날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부활절 오후 3시 인천항에서 아펜젤러 선교사 입항기념식을 갖고 인천 내리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립니다.
△구 사무총장=교단이 연합해 드리는 부활절 연합예배 장소가 연세대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연세대는 언더우드가 세운 학교입니다.
△이 국장=부활절 연합예배를 준비하면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을 생각해봤을 것 같습니다.
△이 준비위원장=현시대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달라졌습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하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의 지형도도 달라졌습니다. 연합 기구의 영향력이 약화됐고 교단이 연합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한국교회가 많은 부분에서 다양해졌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 가운데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할 때입니다.
△구 사무총장=부활절 연합예배를 준비하면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연합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시대가 변했는데 우리가 너무 획일적으로 한국교회를 끌고 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되니까 상처를 주고받고 했습니다. 한국교회라는 울타리를 크게 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한국교회를 새롭게 세워갈 때입니다.
△이 대표 대회장=하나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표면적으로 하나 된 부활절 연합예배를 보여주기 위해 속으로 상처받는 일을 그만두고 내면적으로 하나 된 부활절 연합예배를 만들기 위해 서로 인정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일치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 국장=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 대표 대회장=교단이 연합해 진행하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오후 3시에 진행됩니다. 어떤 이들은 부활절 연합예배는 새벽에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부터 부활절 연합예배를 새벽에 드렸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 속에 ‘부활절 예배는 새벽에 드린다’라고 고착된 결과입니다. 오후에 예배를 드리면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안정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습니다. 또 개교회, 지역별, 교단별로 일정이 있을 텐데, 그것을 마치고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 사무총장=다양성을 인정하는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합니다.
△이 준비위원장=‘화해’ ‘통일’에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선교의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우리 민족의 현실, 동북아 상황을 고려할 때 화해와 통일은 우리의 선교적 사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좌담-교단연합 ‘2015 부활절 연합예배’ 의미·점검]“분열 아닌 새로운 변화의 시작”
입력 2015-03-27 02:56 수정 2015-03-2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