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일선 세무서 5곳 동시다발 압수수색

입력 2015-03-26 02:40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세무 비리’를 정조준했다. 경찰청은 25일 국세청 직원 8, 9명의 세금 감면 비리를 포착해 서울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 5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세금로비’ 대상자 명단도 확보했다. 국세청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낮 12시부터 약 5시간에 걸쳐 서울국세청 조사3국, 강남·서초·반포·동대문 세무서와 경기 지역 세무서 1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국세청 직원 8, 9명이 세무사들을 통해 금품을 받고 병원 등 각종 업체에 세금 감면을 받게 해주는 등 편의를 봐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각각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2000만원씩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서울 논현동 K성형외과로부터 6180만원을 받고 세금 감면 로비를 해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세무사 신모(42)씨를 구속했다. 신씨는 검찰로 송치돼 지난 2일 기소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경기도 평택세무서 직원 남모씨가 강남세무서 근무 당시 신씨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이어 신씨가 남씨 외에도 다수의 국세청 직원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신씨는 경찰에서 금품을 건넨 인사 명단을 기록한 ‘뇌물리스트’를 모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뇌물 액수가 큰 세무공무원을 중심으로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이 중에는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국세청 조사3국 출신의 서울지역 세무서 과장(5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신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무공무원이 돈을 받은 정황이 나왔다. 압수수색은 그걸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며 “신씨는 업계에서 발이 넓고 세무공무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신씨가 사실상 전문 세무브로커처럼 활동한 점에 비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뇌물 금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압수품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 소환에 나설 계획이다. 돈을 받은 세무공무원들이 다른 업체에도 세금 감면이나 추징금 무마 등 편의를 봐줬는지, 돈이 국세청 ‘윗선’으로 흘러갔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서울국세청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경찰은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 5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직원들은 유명 사교육업체와 식품업체, 해운업체 등 5, 6개 기업으로부터 각각 1억∼2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들 사건과 별개로 국세청 과장급 간부 2명이 술을 마시고 성매매하다 적발된 역삼동 룸살롱과 인근 모텔을 지난 16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해당 업소의 CCTV 영상과 카드전표, 매출장부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적발된 국세청 간부들은 지난 2일 밤 11시30분쯤 이 룸살롱에서 여종업원 2명과 술을 마신 뒤 모텔로 옮겨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 측이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했다”며 “현재 CCTV 영상으로는 다른 일행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통화내역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양민철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