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장을 지낸 박모(52·구속) 전 상무로부터 ‘윗선’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라진 40억원대 비자금의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그룹 핵심부를 향하면서 포스코 측의 조직적 수사 ‘저항’도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비자금 조성 핵심인물인 박 전 상무를 24일 구속하면서 1차 관문을 넘어섰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수사의 20∼30% 정도가 진행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1일 긴급 체포되면서부터 비자금 조성 동기와 사용처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2009∼2013년 베트남 건설사업장에서 약 4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100억원대 비자금 중 나머지 60억원가량은 대부분 현지 발주처 리베이트로 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흥우산업(현지법인 흥우비나) 등 하청업체들까지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만큼 박 전 상무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박 전 상무도 “상부 지시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돈은 국내의 지시자에게 전달됐다”며 특정인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4일 흥우산업 관계사 대표도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를 추궁했다. 조만간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비롯해 당시 그룹 수뇌부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밝히기 위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빼돌려진 돈이 국내에서 인출돼 현금화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박 전 상무가 베트남 법인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국내에 들어온 사실에 주목하고, 그의 동선과 접촉했던 인물들을 파악 중이다.
비자금 일부가 베트남이 아닌 국내 하청업체를 통해 만들어진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이 해외에서 조성됐을 가능성과 국내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한 포스코 측의 저항을 뚫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은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의 동향과 검찰 진술 내용 등을 상시 파악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상무도 조사 과정에서 회사 차원의 압박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은 24일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박 전 상무는 구속이 안 되면 더 괴로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기업을 상대로 한 수사가 가장 어려운 수사”라며 “폭력조직에서는 보복이 두려워 사실대로 진술을 못한다면, 기업 범죄는 훨씬 더 많은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뚫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의혹, 동양종합건설과의 유착설 등 포스코 관련 다른 의혹들에 대한 기초 자료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명박정부 실세들로까지 수사 칼날이 향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수사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윗선 지시로 비자금 조성해 전달했다”… 포스코건설 前 베트남 법인장 진술 확보
입력 2015-03-26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