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機 알프스산맥 부딪쳐 산산조각… 수습 난항

입력 2015-03-26 04:02
여객기 추락사고로 친구들을 잃은 독일 요제프 쾨니히 고교생들이 25일(현지시간) 추모 촛불과 꽃다발 앞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슬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승객과 승무원 150명을 태우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다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에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잔해 주변을 구조헬기가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온 유럽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전날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한 독일 저가 항공사 저먼윙스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독일 스페인 영국 등의 국적을 가진 승객과 승무원 등 150명을 태우고 있었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은 각각 72명과 35명의 희생자를 내 충격이 더 컸다. 지리적 악조건으로 수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고 원인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체결함, 시스템 고장 가능성…노후기는 아냐=비행기록이나 조종사 육성 녹음 등을 확보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이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스템 고장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독일 항공전문가 하인리히 그로스본가르트는 공영 라디오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고기의 24년 기령은 정상운항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저가 항공사는 일반 항공사와 비교할 때 서비스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지 안전 확보 비용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가 항공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고 직전 여객기가 급강하했다는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종 과실보다는 기계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홍콩 언론 봉황망은 “1만m 고도에서는 기계 혹은 기술적 고장, 테러 공격이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비행기 추락은 발생할 수 없다”면서 “비행기의 컴퓨터 제어 설정이나 방향·고도 디스플레이에 잘못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조종사가 조난 신호를 보냈으나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 항공기 노후 등의 문제로 기내 압력이 급강하하면서 조종사가 산소를 얻기 위해 고도를 급속도로 낮췄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교생, 오페라 가수 등 안타까운 희생=사고기에는 바르셀로나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독일 고교생들과 공연을 다녀오던 오페라 가수 등 유럽 여러 국가의 승객들이 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AFP통신 등은 독일 북서부 할테른 암제에 있는 요제프 쾨니히 고교에 다니는 10학년 학생들이 바르셀로나 인근 학교에서 1주일 기간의 교환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한 여학생은 여권을 숙소에 두고 공항으로 출발해 사고를 피할 뻔했으나 여권을 가지러 되돌아간 그녀를 숙소 측에서 재빨리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바람에 결국 변을 당했다.

오페라 공연을 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았던 성악가 올레크 브리야크와 마리아 라드너도 한꺼번에 숨졌다. 간호사인 엄마의 생일을 기념해 여행에 나섰던 호주인 모자도 사고로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국적의 딸, 엄마, 할머니 등 3대 가족이 탑승한 사실도 드러났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호주와의 친선전에서 검은색 상장을 착용하며 경기 시작 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스페인 정부는 3일간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악조건에 수습 더뎌…메르켈 총리 현장 방문=산산조각 난 사고기의 잔해는 알프스 산맥 지역인 프랑스 남동부 디뉴레뱅과 바르셀로네트 사이의 1만6000㎡가량의 지역에 흩어져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700명에 달하는 경찰과 소방 인력이 사고 현장 인근에 출동해 있으나 산세가 험준해 근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당국 관계자는 “수색 작업은 적어도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오후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사고 수습에 공동의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중 하나인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를 수거했다”며 “일부 손상됐으나 내용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탑승객 시신 수습과 더불어 비행기록장치(FDR)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