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남기업의 노동조합이 25일 “성완종(64) 회장 일가가 계열사 분리를 통해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은 노조가 언급한 업체들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남기업 자금 흐름 전반을 살펴보는 중이다.
경남기업 노조는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회장 일가가 2008년 워크아웃 진행 당시 경남기업에서 유일하게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던 코어베이스를 계열 분리해 성 회장 부인 동모씨 자산으로 둔갑시킨 뒤 경남기업의 자재구매권 등을 독점하며 부당이익을 챙겨 왔다”고 주장했다. 코어베이스는 자재납품 업체로 경남기업에 독점적으로 납품해 왔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자재값을 부풀려 코어베이스에 지급하면 성 회장 일가가 그 차액을 취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랜드마크72’ 건축공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또 “경남기업은 자금·인력·자재를 투입하고도 이익은 체스넛과 체스넛비나가 챙기게 하는 빨대경영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체스넛과 체스넛비나는 각각 국내와 베트남 현지에서 경남기업의 건물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다. 두 회사의 실소유주 역시 성 회장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법인이 경남기업에서 관리비용을 부풀려 지급받은 뒤 차액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동원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노조는 성 회장의 경영권·주식지분 포기 선언에 대해서도 “성 회장이 심복인 한모 부장과 하모 상무를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토록 채권단에 요구했다”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경남기업 노조 “성완종 일가 회삿돈 빼돌렸다”
입력 2015-03-2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