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 ‘신종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등록금과 별도로 걷고 있는 각 대학의 ‘학과 학생회비(학과비)’를 일컫는 것인데요. 보통 10만∼30만원대지만 일부 학과는 70만원이나 되는 돈을 내야 합니다. 특히 전국 대부분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4년 치를 한꺼번에 걷고 있어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학과비는 학과 학생회 자치를 위한 운영비를 말합니다. 등록금 중 일부가 지원되지만 충분치 않기 때문에 더 걷고 있는 것인데요. 문제는 지출과 결산 등 관리가 부실하다는 데 있습니다. 인터넷에선 ‘학과비가 학생회 임원 술자리에 쓰인다’는 식의 고발이 넘치죠. 쓰임새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학생들의 반발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 유명 사립대 학생회장이 학과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학과 명의가 아닌 과대표 통장으로 돈을 걷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겠죠.
문제는 더 있습니다. 학과비를 안 낸 학생을 은근히 ‘왕따’시키거나 사물함·복사기 등 과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은 장학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는군요. 보다 못한 교육부가 자체 감사를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민원이 계속되면 직접 감사하겠다는 엄포까지 놨습니다.
대학생들의 고혈을 짜는 등골브레이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MT 불참비’입니다. 학과 공식 MT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회비를 받거나 더 많은 돈을 벌금으로 물린다네요. 실제로 최근 한 대학 학생회가 참가비 1만5000원보다 많은 2만5000원의 불참비를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는군요.
등록금도 어마어마한데 학과비에 MT비까지, 열 받는 일이 많네요.
학과 학생회는 자율적으로 내던 학과비 납부가 계속 줄어 강제로 걷을 수밖에 없다는 항변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투명한 비용 지출로 ‘내가 낸 돈이 엉뚱한 데 쓰인다’는 불신을 자초했죠. ‘MT 불참비’는 어떤가요? 개인주의화되는 학생들을 단합하기 위한 고육책이라지만 윽박지르고 강제한다고 해서 과연 단합이 될까요?
네티즌들은 학과비의 경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걷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래야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MT 회비도 참석자들이 더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대학 자치는 학생 자율에서 비롯됩니다. 자율은 없고 강요만 있는 대학이라니, 씁쓸하네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대학 등록금만도 허리 휘는데… 신종 ‘회비 등골브레이커’ 시끌
입력 2015-03-2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