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5주년] 북한은 사과 못한다는데… '사과'와 '유감' 사이, 5·24 해제 정부 내 온도차

입력 2015-03-26 02:29 수정 2015-03-26 10:17
남북대화 재개의 관건인 5·24조치 해제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입장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해제 조건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는 여전히 통일된 입장을 마련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수위를 두고 ‘사과’와 ‘유감 표명’ 사이에서 온도차가 극심한 모양새다.

통일부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다면 국제법상 배상책임도 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이런 책임을 지려 하겠느냐. 우리가 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접촉 과정에서 유감을 표명토록 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 본다”고 했다. 그는 또 “유감 표명만으로도 천안함 폭침이 자신들 소행임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한층 진전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사도발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았는데 이를 묻어두고 경제적 이익을 얻겠다고 대화를 재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의 책무인 국민생명 보호와 안전보장을 위해서라도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겠다는 뜻을 남측에 알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다른 정부 관계자는 “(5·24조치 해제 조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었다”며 “우리가 내세운 전제조건을 북한이 다 들어주면 좋겠지만, 유감표명으로도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다시 이 정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이제 사건이 터진 지 5년을 넘기게 됐다. 지금 우리가 강경한 입장을 내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반면 여당과 군을 중심으로 여전히 강경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23일 발언이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24일 정례브리핑이 모두 ‘책임 인정+사과’를 다시 내세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전문가는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국가원수 암살 기도는 전쟁행위’라며 초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을 중심으로 나왔었다”며 “그럼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매년 적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의 연방제 통일 방안과 정치협상회의를 정상회담 의제로 받아들이는 등 군사정권 시기에 오히려 훨씬 유연한 대북정책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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