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개정을 요청한 김상호(75) 한양대 연구교수에게 역명개정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불교 신도인 김 교수는 국제화시대에 봉은사역명이 맞지 않다며 지난달 주민 서명을 받아 ‘삼성코엑스역’으로 개정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김 교수에게 최근 보낸 답변서(사진)에서 “서울시지명위원회는 심도 있는 심의 결과 봉은사로 역명을 결정해 지난해 12월 확정·고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명의 변경은 ‘지하철 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에 따라 역명으로 사용되던 목적물의 소멸 등 개정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 엄격히 제한해 허용하고 있다”면서 “봉은사역을 개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 추진은 적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입수한 ‘2014년 제1차 서울시 지명위원회 개최 결과’에 따르면 ‘심도 있는 심의를 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명위원회는 봉은사역명과 관련된 회의를 지난해 4월 9일 한 차례만 개최했으며, 회의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지명위원들은 2시간 동안 역명 산명 공원명 등 총 14건을 처리했기 때문에 1건당 회의시간은 평균 8분30초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시가 역명개정 불가의 근거로 제시한 지하철 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에는 ‘향후 분쟁 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것’ ‘특정단체 및 업체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명칭’은 배제하라고 돼 있다.
김 교수는 “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격을 생각하는 정상적 지도자라면 이런 무성의한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시장의 회신과 상관없이 지역 주민과 역명개정 운동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원 강남구교구협의회 부회장도 “서울시는 밀실에서 기준에도 맞지 않는 역명을 정해놓고 이제 와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박 시장은 ‘무책임한 불교시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전에 역명부터 당장 바꾸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이 제출한 ‘봉은사역명 사용 중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첫 심리는 다음달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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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6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