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각 팀 사령탑의 전략과 용병술도 빛을 발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감독들의 ‘신의 한 수’가 경기 결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원주 동부는 ‘동부산성’으로 대변되는 수비로 플레이오프 4강에 직행한 팀이다. 동부 수비의 핵심은 3-2 드롭존이었다. 앞 선에 신장이 큰 선수 세 명을 배치해 상대의 공격을 초기에 무력화하는 전술이다. 올 시즌 동부는 이 수비 전술로 10개 팀 중 유일하게 60점대(69.1점) 실점을 기록한 팀이 됐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3-2 드롭존의 약점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3-2 드롭존의 약점은 사이드 외곽포 기회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전자랜드는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려 9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승리를 가져갔다.
그러자 동부 김영만 감독은 전매특허였던 3-2 드롭존을 버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2차전부터 맨투맨 수비로 바꾼 것이다. 신장에서 우위가 있는 동부 선수들은 악착같이 전자랜드 선수들의 행동 반경을 줄였다. 결국 동부는 2, 3차전을 잇따라 잡아내며 시리즈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특히 동부는 3차전 4쿼터에 상대 득점을 단 6점으로 묶고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정규리그 팀 득점 1위 창원 LG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해 공격을 버리고 수비 농구를 선택했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대패한 후 ‘애국가 스트레칭’으로 주포 데이본 제퍼슨마저 퇴출돼 자칫 3연패로 플레이오프 탈락이 우려됐다. 하지만 10개 구단 사령탑 중 최고참인 김진 감독은 2차전부터 비책 한 가지를 꺼내들었다. 바로 상대 가드 양동근의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로 양우섭을 투입한 것이다. 모비스는 양동근으로부터 모든 공격이 파생되는 팀이다. 양동근도 득점력도 리그 최상위급이다. 하지만 2차전부터 양우섭의 찰거머리같은 수비로 양동근의 몸놀림이 둔해졌다.
실제 1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28점을 넣었던 양동근은 2차전에는 양우섭에 가로막혀 1차전 득점의 절반인 14점에 그쳤다. 결국 LG는 열세라는 전망을 뒤집고 4강 플레이오프 전적 2승2패로 팽팽히 맞서 있다. 김 감독은 “양우섭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양우섭이 양동근을 완벽하게 잡을 수는 없지만 50%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30% 정도만 해 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만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상대만 잡는다면 우리 전매특허는 버린다… 프로농구 사령탑 단기전 용병술 번뜩
입력 2015-03-2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