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신보의 갑질… 자금 지원한 기업에 낙하산

입력 2015-03-26 02:38

신용보증기금이 자금을 지원한 기업에 자사 간부를 감사로 추천하면서 공공기관이 법정관리나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동양네트웍스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신보에서 근무 중인 박준희(59)씨를 감사로 추천하는 등의 내용을 공시했다. 박씨는 최대주주인 신보가 추천했다. 동양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신보가 법정관리 지원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2011신보뉴챌린지건설제3호유동화전문회사’다. 동양그룹 도산으로 동양네트웍스가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신보가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신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신용분석사와 경영지도사 등 자격증을 갖고 있고, 법정관리 전문가”라며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대주주로서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사례는 신보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에 산업은행 퇴직자의 주거래기업 재취업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47명 중 31명(66%)이 주거래기업의 고위직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 4명, 재무담당 이사(CFO) 5명, 감사 13명 등이었다.

공공기관들이 정피아, 관피아 등 외부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에는 극렬히 반대하면서 자신들은 ‘갑’의 위치에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가 로비 통로로 악용될 경우 금융공공기관이 구조조정이나 기업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낸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