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식장산(食蔣山)의 화수분

입력 2015-03-26 02:16

옛날에 대전 식장산 산기슭 마을에 다섯 살 딸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너무 가난해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지독한 흉년이 든 어느 날 겨우 죽을 끓여 어머니를 봉양하는데, 딸아이가 배고파 우니 할머니가 먹을 것을 손녀에게 먹였다. ‘저러다가 아이 때문에 어머니가 굶어 돌아가시겠네, 한 사람을 택해야지 이러다가는 둘 다 잃겠군.’

결단한 부부는 아이를 묻으러 식장산을 오른다. 땅을 어느 정도 파니 이상한 그릇 하나가 쟁기에 걸린다. 이 그릇은 화수분(왕상 17:16)으로 쌀을 한 주먹 담으면 쌀로 가득, 기름을 한 방울 담으면 기름이 가득 찼다. 놀라운 것은 흉년을 넘기고 다시 농사철이 되자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이 그릇은 신께서 효성을 보고 우리에게 주신 것이니 어머님 살아 계실 때까지만 쓰고 그 뒤에는 다시 산에 묻읍시다.” “그럽시다. 그게 옳은 일이겠네요.”

“부자되세요”라는 인사가 유행하는 우리 시대에 식장산의 젊은 부부가 생각나는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리라. 선조들의 그 효성과 절제를 그리워하는 지금도, 여건이 되면 쟁기를 가지고 식장산에 가보고 싶은 것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까닭일진저.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