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열린 2014-2015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레알 마드리드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32분 카림 벤제마의 힐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동점골을 넣었다. 호날두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던 바르셀로나 팬들을 향해 두 손바닥을 그라운드로 향한 뒤 위아래로 흔들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호날두는 바르셀로나 팬들을 격앙시킨 골 세리머니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프리메라리가를 이끄는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은 2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득점한 선수들은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조심해야 한다”며 “자칫 관중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동작을 펼친 선수들은 벌금에서 출전정지에 이르는 징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 세계 축구계는 팬들의 폭력을 야기하거나 인종차별적, 정치적 색채를 띠는 골 세리머니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한다. 니콜라스 아넬카(36·뭄바이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뛰던 2013년 12월 28일 웨스트햄전에서 전반 40분 동점골을 넣은 뒤 묘한 골 세리머니를 했다. 손가락을 모두 세운 오른팔을 아래로 뻗으면서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은 것. 이는 흡사 반유대주의를 의미하는 동작처럼 보였다. 결국 아넬카는 5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8만 파운드(1억3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골 세리머니도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는 2월 15일 캉과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게앙 홈경기에서 전반 2분 골을 터뜨린 뒤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상체엔 문신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지구촌의 기아를 퇴치하기 위해 굶주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몸에 새긴 것이다.
골 세리머니는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약’이 될 수도 있고 선수와 경기를 망쳐 버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김태현 기자
[타임아웃] 골 세리머니의 두 얼굴… 호날두, 상대 팬들 자극 행동으로 징계 위기
입력 2015-03-26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