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중국에서 추방됐슈. 복음을 전하고 대닌 게 발각이 된 거쥬. 대륙에 선교 터전을 세우겠다는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슈. 몇날 며칠을 기도했더니 캄보디아 오지를 보여주시데유. 그리로 가라고 하시잖유∼(웃음).”
높고 칼칼한 목소리의 충청도 사투리였다. 팔순을 바라보며 복음의 불모지를 찾아다니는 ㈔명성(明星)선교회 대표 박종보(78) 장로는 건강해 보였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캄보디아 오지 선교’ 얘기를 꺼내기 전, 평신도 선교사로 살게 된 지난 삶을 소상하게 털어놨다.
고학으로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5세에 결혼한 뒤 서울로 올라온 박 장로는 근근이 살아가면서도 무당을 찾아가 굿판을 벌이곤 했다. 위십이지장궤양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미신에만 의지했다. 사법서사(현 법무사)로 일하던 40대 중반까지 미신에 빠져 허송세월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수와 아내(김순자 권사)의 손에 이끌려 동네 교회에 나가면서 인생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심방 온 목사님과 성도들이 다락방에 모셔뒀던 신주단지를 쓰레기장에 팽개쳐 버렸다.
기독인이 된 박 장로는 제지회사로 직장을 옮기면서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위십이지장궤양도 수술하지 않고 말끔히 나았다. 84년 상무이사를 끝으로 제지회사를 퇴직한 그는 ㈜금호노트공업사를 세워 운영했다. 87년 경기도 이동주유소 쉼터휴게소를 10년 동안 운영해 큰 돈을 벌었다. 한 달에 십일조 500만원은 예사였다. 그러나 그 많던 재산도 물거품이었다. 97년 IMF 외환위기 때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모아놓은 재산을 몽땅 날렸다. 설상가상 금지옥엽으로 키운 마흔 넘은 아들마저 돌연사로 앞세우는 슬픔도 겪었다.
박 장로와 중국과의 인연은 28년 전,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일제시대 중국으로 간 조선족 가족이 한국의 친척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집안의 먼 친척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공’으로 부를 때 그 친척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박 장로는 한국에서 돈을 번 그 친척과 함께 98년 중국에 합작으로 노트북 가방을 생산하는 ‘명성상포 유한공사’를 세웠다. 중국 선교의 교두보였다.
“2000년 여름 어느 날 공장에 들어가 보니 정말 덥고, 미싱으로 일하니까 부상도 많고, 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을 이렇게 두지 말고 한국어를 가르쳐야겠고 생각했시유. 그래서 공장 한 쪽에 한글교실을 만들고, ‘한글성경’을 교과서로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했지유. 전도하면 잡혀갈 때였는디, 공안이 감독을 나왔는데 성경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글을 가르치는 줄로만 알았겠지유. 나중에 당국과 친해진 뒤에 ‘복음도 전한다’ 했더니 묵인해줬시유.”
박 장로는 이후 인근 8개 공장을 다니면서 성경을 교과서로 삼아 한글을 가르쳤다. 한족 교회 6곳에서도 한글교육을 했다. 2006년엔 중국 산둥성(山東省) 동부 칭다오(靑島) 라이시(萊西市)에 2층 교회를 세우는 등 3년 전까지 선교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하지만 중국 선교는 여기까지였다. 가방공장도 몇 년 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중앙정부가 박 장로를 복음을 전하는 위험한 인물로 지목해 2012년 추방했다. 졸지에 선교지를 잃은 박 장로는 기도하던 중 캄보디아 오지에 교회와 한글학교 등을 세우는 비전을 품었다. 통조림 공장도 만들어 재정자립 계획도 세웠다.
그가 새로운 사역지로 선택한 몬돌키리도 닥터 프농은 베트남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글도 읽을 줄 모르고 복음도 들어보지 못한 채 소와 돼지, 닭, 오리 등을 사육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 박 장로는 다음 달부터 공사를 시작해 금년 말에는 꼭 준공하고 싶다고 했다.
“교회를 짓는 데 헌신자들, 벽돌 쌓는 조적공, 통조림 기사, 주방장, 유치원 교사, 간호사 등이 필요해유. 이게 내 인생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시유. 이 일을 다 해놓기 전에는 천국에 갈 생각 없시유∼(웃음).”(churchtown.or.kr/02-3297-3715).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캄보디아 복음화는 내게 주신 마지막 사명”… 복음 불모지 찾아다니는 ㈔명성선교회 대표 박종보 장로
입력 2015-03-26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