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홍준표 ‘원정골프’

입력 2015-03-26 02:10

홍준표 경남지사의 ‘원정골프’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태극낭자들이 미국 LPGA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시대에 골프 친 게 흠될 일은 아니다. 공휴일이나 휴가 중 제 돈 내고 쳤다면 말이다. 이랬으면 문제없으련만 홍 지사가 미국 출장 중에, 그것도 평일 낮에 부인과 함께 라운딩하는 장면이 현지 교민에게 딱 걸리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

홍 지사는 공무로 미국에 갔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공식을 대입하면 미국은 투자 유치하러 가는 곳이지 골프 치러 가는 곳이 아니다. 이번 출장에 석연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인은 왜 따라갔는지, 그 비용은 누가 댔는지, 이들 부부가 왜 골프를 주선한 경남도 해외통상자문관 주모씨 집에 묵었는지….

도민의 피 같은 세금을 아끼기 위해 홍 지사가 고급 호텔을 마다하고 그 집에 묵었다면 표창감이다. 경남도는 주씨에 대해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의 미 폭스사 투자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농수산물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2013년 4월 주씨를 무보수 명예직인 자문관에 위촉했다. 그러나 주씨는 이와 상관없는 청소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부적절한 골프로 공공의 적이 된 공직자는 수두룩하다. 낙마한 공직자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은 총리시절인 2006년 3·1절에 골프 쳤다는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홍 지사는 “나는 브로커하고 골프 친 적 없다”고 이 전 총리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같은 해 강원도 수해지역에서 라운딩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당에서 제명당했다.

홍 지사는 2012년 도청 간부 간담회에서 “골프 자체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다만 누구와 치느냐가 중요하며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 된다”고 했었다. 주씨의 정체가 궁금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