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18개월 자격정지] 밤잠 설치며 100여개 예상 질문 숙지

박태환(26)과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들이 현지에 도착한 후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가 열린 날까지 2박3일은 긴박감의 연속이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 도착한 박태환은 다음날 소속사 및 미국인 하워드 제이콥스 변호사와 함께 이틀간 시차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잠을 설치며 100여개의 예상 질문을 만들어 숙지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인 23일. 우리 측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로잔 팰리스 호텔에 마련된 청문회장으로 들어섰다. 청문회장에서 박태환은 제이콥스 변호사와 나란히 앉았다. 그 뒤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과 김지영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 등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4시간여 동안 이어진 청문회에선 예상대로 주사를 맞은 경위와 과정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이에 우리 측은 박태환이 세계적인 선수로서 평소 행동이 모범적이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한국 검찰의 수사 자료를 펼쳐 보이며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청문회 말미엔 이 회장이 참관인으로서 발언권을 얻었다. 이 회장은 4분가량의 영문 스피치를 직접 했다. 그는 영문 스피치를 하기 위해 21일 현지에 도착한 후 며칠 밤을 새우며 영문 원고를 달달 외웠다. 이 회장은 박태환이 한국을 넘어 세계 수영계에서 어떤 선수인지를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세계 수영 발전에 기여해 온 이 선수를 ‘약쟁이’로 머물게 해선 안 된다. 이 젊은 선수에게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청문회가 끝난 직후 코넬 마르쿨레스쿠 FINA 사무총장이 이 회장을 직접 불러 ‘18개월 징계’ 결정을 통보했다. 연맹은 25일 오전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청문회 준비 과정 및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한편 박태환 측이 청문회를 앞두고 제이콥스 변호사를 새롭게 선임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수영선수들의 도핑 케이스에서 선수 중심의 적극적인 변론과 판결을 이끌어낸 경험 많고 명망 있는 변호사다. 그는 160여명의 선수들을 변론한 경험을 살려 청문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