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안 57일 만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합의… ‘박종철 고문’ 국회서 따져

입력 2015-03-25 02:04

여야가 표류하던 박상옥(사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24일 전격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문회 보이콧을 주장해 왔지만 이날 태도를 바꿔 청문회를 여는 데 동의했다. 지난 1월 26일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7일 만이다.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 참여 전력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이 열리기 전 박 후보자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중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나머지 다수는 청문회를 여는 데 찬성했다”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인사청문특위 위원 다수 의견을 존중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라는 점을 들어 자진 사퇴를 요구해 왔다. 박 후보자 청문회는 애초 지난달 11일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수사 은폐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날짜를 잡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가 벌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청문회 개최를 압박해 왔다. 최근에는 야당의 박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 이유가 ‘한명숙 전 총리 구하기’라는 의혹까지 제기한 바 있다. 신영철 전 대법관 퇴임으로 공석이 된 대법원 제2부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을 맡고 있고, 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제2부에 배정되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국회에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야당이 결국 한걸음 물러선 셈이다.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당시 수사 축소에 얼마나 개입돼 있었느냐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1987년 2월 27일 검찰은 고문 경찰관으로부터 “범인이 3명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았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2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같은 해 5월 “고문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폭로를 한 뒤에야 재수사에 들어가 3명을 추가 구속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가 당시 수사팀의 막내 검사였기 때문에 은폐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가 당시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등 축소 수사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은 청문회에서 당시 수사·재판 기록을 집중적으로 뒤져 박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새정치연합 소속 이종걸 의원이기 때문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해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회의 표결에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청문회 일정은 여야 청문특위 간사가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30일 청문회를 열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3월 이내 청문회를 한다고 하면 30일밖에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