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싱가포르’ 리콴유 타계 이틀째 애도 물결… 시내 추모소마다 참배객 행렬

입력 2015-03-25 02:34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별세 이튿날인 24일(현지시간) 시신이 안치된 이스타나 대통령궁 앞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의 시신은 25일 의사당으로 옮겨진 뒤 나흘간 조문을 받으며 29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진다. AFP연합뉴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별세 이튿날인 24일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깊은 슬픔에 빠져 숙연한 모습이었다고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관공서와 공항, 지하철, 버스터미널 등에 설치된 TV에서는 리 전 총리 추모 특별 방송이 이어졌다. 신문들도 10페이지 이상의 특집호를 배포해 그의 죽음을 기렸다. 시내 곳곳에는 조기가 걸려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리 전 총리 선거구인 탄종 파가르 지역 회관, 그가 지난달부터 머물렀던 싱가포르종합병원, 이스타나 대통령궁, 의사당, 각 지역 회관 등에 추모소를 설치했다. 리 전 총리의 시신이 안치된 이스타나궁 정문에는 참배객이 줄을 이었다.

리 전 총리가 입원했던 싱가포르종합병원 밖에는 꽃다발과 카드, 편지, 사진 등이 헌사돼 있었다. 카드에 글을 쓰면서 애도하는 모습에 언론들은 “애도도 싱가포르식으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한 곳으로 불린 대만은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직접 리 전 총리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싱가포르 현지를 찾은 뒤 바로 귀국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CNA)가 보도했다. 대만은 장례식 때에도 조문단을 파견할 방침이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리 전 총리는 생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면서 “우리는 싱가포르가 이 원칙에 따라 대만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박봉주 내각총리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앞으로 보낸 조전에서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인 리관유(리콴유) 각하가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에 접해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싱가포르와 1975년 수교했으며 비교적 활발한 교류를 유지해 왔다.

29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국가원수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정치 지도자의 업적은 경제적 성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리 전 총리의 야당 및 언론탄압 행적을 비판했다. NYT는 “민주주의를 늦게 시작한 한국과 대만은 훨씬 앞서 민주화를 성취했지만 싱가포르는 아직도 정치·언론 자유에 있어 후진 국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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