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에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A씨(36)는 모르는 여성에게서 “화상채팅을 하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채팅의 농도가 짙어지자 상대 여성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며 A씨에게도 알몸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별 생각 없이 응했다. 채팅 도중 여성은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며 파일을 넘겨줬다.
A씨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순간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사기단에 넘어갔다. 며칠 뒤 A씨에게 중국 피싱 사기단이 전화를 걸어와 “음란채팅 영상을 갖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루 종일 부인과 함께 장사를 하는 A씨는 전화 협박에 못 이겨 10여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사기단에 보냈다.
또 다른 피해 남성 B씨(23)는 110만원을 보낸 뒤에도 돈 요구가 이어지자 “마음대로 하라”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사기단은 B씨 장인에게 음란채팅 영상을 보냈고, 이로 인해 B씨는 이혼당했다. 이렇게 사기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신종 ‘몸캠피싱’ 수법으로 수백명에게서 20억여원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남성들에게 화상전화로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돈을 뜯은 혐의로 진모(26·중국 국적)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피싱사기 조직의 불법자금을 중국으로 송금해준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신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진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국내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음란행위를 유도해 이를 녹화했다. 이어 녹화 영상을 지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노모(36)씨 등 763명으로부터 20억여원을 갈취했다.
경찰은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다 신씨 등 환전상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신씨 등 환전상 3명은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정착한 중국 상인 수십명에게 돈을 보낸 뒤 수수료(0.5%)를 제외한 돈을 위안화로 바꿔 사기조직에 송금했다.
경찰은 신씨가 송금한 310억원 중 진씨의 피싱사기금(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290억원)는 다른 사기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원=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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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에 놀아난 763명 20억 뜯겼다… 화상전화로 음란 행위 유도 “지인에 영상 보내겠다” 협박
입력 2015-03-25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