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Doping)은 포도껍질로 만든 알코올성 음료수를 지칭하는 네덜란드어 도프(Dop)에서 유래됐다. 고대 룰루족 전사들은 전투에서 용맹성을 떨치기 위해 이 음료수를 마셨다고 한다. 도핑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때는 1899년이다. 영국에서 경주마에 사용되는 아편과 마약의 혼합물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최초의 도핑테스트는 1911년 오스트리아에서 경주마의 건강과 함께 경마의 공정성을 위해 시행됐다.
그러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때 덴마크 사이클 선수인 커트 젠센이 암페타민 과다복용으로 경기 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도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급기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약물검사를 시범 실시한 뒤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서는 정식으로 도핑테스트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이후 ‘약물과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금지약물을 사용해 파문을 일으킨 대표적인 선수는 육상의 벤 존슨(캐나다)과 ‘사이클 황제’로 불렸던 랜스 암스트롱(미국)이다. 존슨은 1988년 서울 올림픽 1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으나 소변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검출돼 세계신기록 취소, 금메달 몰수와 함께 2년간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암스트롱은 2012년 테스토스테론 등의 금지약물을 상습 복용해 국제사이클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했다.
박태환도 암스트롱처럼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24일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 기간은 내년 3월 2일 끝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내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이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서 독보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원칙을 깨면서까지 특혜를 줘서는 안 될 일이다.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박태환과 원칙
입력 2015-03-2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