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천안함은 날조, 5·24조치 즉시 풀어라”… 국방위 대변인 담화

입력 2015-03-25 02:07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5·24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5·24조치 해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남측 정치권 내 논란을 염두에 두고 향후 재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4일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5·24조치 해제에 앞서 그 누구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궤변은 통할 수 없다”며 “상관없는 우리에게 무작정 태도변화를 보이라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주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천안함 폭침을 ‘날조’라고 규정하며 “사건을 구실로 꾸며낸 5·24조치를 즉시 해제하라는 게 우리의 변함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5·24조치 해제를 대화로 풀자는 남측의 제의도 일축했다. 담화는 “해제 문제를 먼저 회담에서 논의해 보자는 얼빠진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회담 탁자에 5·24조치를 올려놓는 건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라고 비난했다. 5·24조치 해제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5·24조치 해제를 둘러싸고 남한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열되자 자신들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3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5·24조치 해제는 없다고 강조한 데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이 정부의 보다 ‘대범한 정책’을 요구하는 등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향후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눈앞의 5·24조치 해제를 위해 남측의 대화 요구에 응하기보다는 대화의 문턱을 높여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남측의 협상카드 중 5·24조치 해제를 사전에 제거해 더 많은 군사적·경제적 실익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남북 간 강대강 구도가 계속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잠수정에 의한 것으로 결론났다”며 “북한의 변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한 “(5·24조치 해제를 위해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탈북자단체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상관없이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