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의 굳히기냐, KB의 뒤집기냐. 금융계 1위 자리를 놓고 두 금융 명가가 펼치는 대결이 자못 흥미롭다. 신한금융그룹은 안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전략 추진이 돋보인다. 반면 실지 회복을 노리는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깜짝 소통’을 통한 인재 발굴을 무기로 삼았다.
◇집권 5년차 안정적 리더십=신한은 24일 “취임 5년차에 접어든 한동우 회장의 안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그룹의 전략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23일은 한 회장이 취임 5년째를 맞은 날이다. 한 회장이 이끄는 신한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원 고지를 재탈환하며 국내 선두 금융그룹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한 회장이 줄곧 강조한 ‘따뜻한 금융’은 지난해 취임 2기를 맞아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으로 진일보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회와 고객 그리고 회사가 함께 가치를 높이는 상생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신한의 목표다.
대개 기업들은 매년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새로운 CEO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신한은 다르다. 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추진한 전략방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1∼2년 만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올해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실행하고 달성할 수 있는 내부 역량과 강한 기업문화가 근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깜짝 소통 인재 발굴이 무기=KB는 ‘타도 신한’을 외치며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고 있다. 주요 전략은 윤종규 행장이 강조하는 인재 발굴과 현장 경영이다. 윤 행장은 “실력 있는 직원을 발굴·육성해 최고의 KB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윤 행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 “우리 모두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지만 함께 모이면 웅장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다”며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지난 1월 부산·대구지역 현장 방문에선 예정에 없이 인근 KB국민은행 영업점을 찾아 직접 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리딩뱅크 회복을 위한 의지를 함께 다졌다. 윤 행장은 지난 2월엔 다른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일산 지역을 지나다가 KB일산연수원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은행의 보부상이다. 지점에 활기찬 기운을 전파하고 좋은 길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입사원들에게는 “여러분은 KB의 주역이다. KB의 미래를 밝히는 빛나는 별이 돼 달라”고 말했다.
취임식에서 윤 행장은 KB가 가진 저력으로 ‘응집력과 추진력’을 꼽았다. KB 관계자는 “윤 행장이 몸소 뛰는 현장경영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따뜻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며 KB의 성공 DNA를 일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굳히기냐 뒤집기냐… 신한-KB의 ‘넘버 원’ 결투
입력 2015-03-2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