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와 고인과의 개인적인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 이를 잘 아는 싱가포르 정부도 2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통해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조문을 간곡히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급 지도자 서거에 직접 조문을 가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방문한 적이 있다. 1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해외 조문이 이뤄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리 전 총리와 대(代)를 이어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리 전 총리를 처음 만난 것은 박 전 대통령 서거 직전이었다.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과 리 전 총리가 정상회담할 당시 박 대통령은 작고한 모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만찬에선 통역을 담당했다. 리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박 전 대통령)의 20대 딸 박근혜의 통역으로 우리의 대화는 진행됐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로 지방선거를 지휘하던 2006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리 전 총리를 면담했다. 리 전 총리는 당시 박 대통령에게 “지도자가 부패하면 안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국부 평가를 받는 리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함으로써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리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은 근대화와 권위주의 통치라는 공과를 모두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은 리 전 총리 서거 소식을 접한 뒤 별도로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성명에서 “애통함을 금치 못하며, 리셴룽 총리를 비롯한 유가족과 싱가포르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수차례 방한으로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고도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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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4 03:13 수정 2015-03-24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