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불… 불… 北서 발화 산불 DMZ 南下 ‘비상’

입력 2015-03-24 02:01
23일 오후 1시11분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군업리 야산에서 산불이 나자 산림 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은 4시간여 만인 오후 5시10분쯤 큰 불길이 잡혔다. 연합뉴스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오전 북측에서 시작된 불이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DMZ)까지 번져 군 당국 등이 진화작업을 벌였다. 불은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시작돼 강한 바람을 타고 도라산전망대 주변까지 번졌다. 불이 나자 군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오후 3시부터 헬기를 투입했다. 산림·소방·군 당국은 산불 진화용 헬기 7대와 소방차 11대 등 장비 32대와 산불진화대원 등 390여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군사분계선 이북으로는 소방을 위해서라도 헬기가 넘어갈 수 없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다 지뢰가 산재한 DMZ 특성 때문에 헬기 위주로 진화에 나서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망대 입구 등의 큰 불길이 일단 잡혔으나 잔불이 바람을 타고 다시 살아났다.

군 당국은 전방의 일부 경계근무 병력을 일시 후방지역으로 철수하도록 조치했다. 도라산전망대 인근에 있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는 개성공단 출·입경을 일시 통제했다. 다행히 ‘DMZ 안보관광’ 휴일이어서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군사분계선 북방 600m 지점에서 발화했고, 북한군 숙영지 주변 텃밭인 농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후 6시20분쯤 헬기를 철수시키고 24일 오전 6시30분부터 진화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군도 진화 작업을 하고 있어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북한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6분쯤 북한 지역 서쪽과 동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천리안 위성에 포착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쪽 연기는 파주 인근으로 번진 불로 추정되고, 동쪽 연기는 북한 온산과 고성 사이 지역에서 난 불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에서도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11분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군업리 폐교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4시간 만인 오후 5시1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앞서 낮 12시51분쯤 인제군 인제읍 광치터널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3㏊를 태우고 4시30분쯤 진화됐다. 지난 22일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11㏊를 태운 뒤 이틀만인 이날 오전 불길이 잡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당분간 충분한 비 예보가 없어 산불위험지수와 대형산불 확산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요일인 29일 서울·경기, 강원 영서에 비가 내리겠지만 강수량이 5㎜ 미만으로 적을 전망이다. 전국적 비 소식은 31일쯤에나 있겠다.

한편 지난 22일 전국적으로 30건의 산불이 발생, 2002년 4월 5일 63건 이후 하루 최다 산불 건수를 기록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eo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