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예능 PD들의 감각, 드라마에서도 통할까… ‘개콘’ PD, ‘프로듀사’ 제작에 방송계 들썩

입력 2015-03-25 02:41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위 사진)와 다음달 2일 방송되는 Mnet 드라마 ‘더 러버’의 한 장면. CJ E&M 제공
최근 드라마 시청률은 10%대가 평균이다. 월화·수목 밤 10시대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15%를 넘기 어렵고 주말극 중에선 과거 ‘애국가 시청률’로 치부되던 2∼3%대를 찍는 작품도 더러 나온다. 그래서일까. 최근 드라마에 새로운 시도가 잇따른다. 금·토 시간대 편성, 단막극 부활에 이어 이번에는 예능 PD들이 드라마 시장에 진입해 눈길을 잡는다.

◇‘개콘’ 안방마님의 드라마행은 성공할까=KBS 예능 ‘개그콘서트’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서수민 PD가 5월 방영을 앞둔 KBS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송계가 들썩이고 있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이 만드는 첫 예능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지만 그간 콩트를 중심으로 제작활동을 해온 서 PD가 어떤 모습의 ‘예능식’ 드라마를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예능국에서 만드는 드라마라면 매회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시트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서수민의 ‘프로듀사’가 이 문법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출연진의 면면이다. 아시아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 배우 김수현, 영화·드라마·연극까지 종횡무진 흥행시킨 로맨틱 코미디의 1인자 공효진, 그리고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 남녀노소로부터 친근한 이미지를 얻고 있는 차태현이 등장한다. 또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와 데뷔 후 첫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 김종국만으로도 “색다를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사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이외에도 배우 나영희, 예지원, 조윤희 등 주연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KBS 서기철 아나운서가 예능국장 역할로 첫 연기에 도전한다.

◇예능 PD의 순발력으로 드라마 시장 판도 바뀌나=KBS 예능 ‘남자의 자격’ 등을 제작한 신원호 PD는 CJ E&M 이적 후 예능에서 드라마로 분야를 바꿔 히트작을 연달아 만들어 냈다. tvN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 시리즈는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응답하라 1988’도 구상하는 등 드라마 제작을 이어간다. 소소한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신 PD의 ‘예능감’이 한몫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27일 종영을 앞둔 Mnet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금요일 밤 11시20분 방송)는 같은 방송사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나인’ 시리즈와 ‘슈퍼스타 K’에 참여했던 김용범, 안준영 PD가 메가폰을 잡아 마니아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보니 음악 관련 예능 프로를 꾸준히 작업해 온 두 사람의 ‘감’이 한층 빛을 발했다.

최근 Mnet 드라마 ‘더 러버’(다음달 2일 밤 11시 첫 방송) 제작 중인 김태은 PD의 경우도 같은 방송사의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트로트 X’ 등을 만든 예능 PD 출신이다. 젊은이들의 동거를 소재로 한 생활밀착형 드라마인데,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내걸고 파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내용들을 세밀하게 그린다는 포부여서 방송 전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매주 가장 최신의 트렌드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예능 PD의 장점이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드라마 시장에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지영 CJ E&M 방송부문 홍보팀장은 24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도전의식에서 예능 PD의 ‘드라마 나들이’가 이어지고 있다”며 “방송시장의 중심이 기존에 드라마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예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도 이 현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PD의 장점인 현장 적응능력과 순발력이 기승전결보다 한 편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드라마를 에피소드별로 골라보는 현대인들의 시청패턴에 따라 드라마 제작환경도 변환기를 맞았다”고 해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