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73·사진)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20년간 보좌한 비서가 23일 ‘박철언 차명계좌’ 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사를 찾았다. 박 전 장관과 부인 현경자(68) 전 의원이 300여개 차명계좌로 비자금 수백억원을 관리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게 고발장의 요지다. 이에 박 전 장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을 노린 황당한 음해”라며 “과거의 차명계좌는 4∼5년 전 모두 정리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정계를 떠난 후에도 자금을 관리하던 지인들이 돈을 돌려주지 않거나 그의 불법 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진정 내지 고발을 하면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수행비서로 일했던 김모(51)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박 전 장관 부부가 조세범처벌법과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박 전 장관이 노태우정부의 체육청소년부 장관일 때 비서로 근무했으며, 이후 2010년까지 개인 수행비서, 총무과장 등으로 일했다. 1994∼2000년 박 전 장관 부부의 은행 심부름꾼 역할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한때는 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심부름했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김씨는 2008년 ‘박철언 비자금 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박 전 장관 부부가 그 뒤로도 차명계좌를 이용해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박 전 장관이 2007년 “차명으로 맡긴 돈 178억원을 빼돌렸다”며 H대학 무용학과 강모(여) 교수를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강씨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 의혹으로 확산됐던 178억원의 실체는 규명되지 못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차명계좌 관리에 따른 세금 누락 부분을 신고했고, 국세청은 1차 3억2000만원, 2차 34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김씨는 “박 전 장관은 지인 6명의 이름으로 누락신고를 했지만 실제 모든 자금은 박 전 장관 한 사람 것”이라며 “국세청은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 총액 358억원, 현 전 의원의 차명계좌 총액 323억원을 파악하고도 자진 신고한 금액만으로 세금을 징수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김씨가 5년 전 그만둘 때 퇴직금도 줄 만큼 줬고 그 이후에도 잘 지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검찰, 언론사에 (자료를) 뿌리고 다닌다”며 “사업이 어려워 돈이 필요한 차에 주변에서 바람을 넣으니 이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년간 내 밥 먹은 사람이 말 한마디 없이 이러면 안 된다. 인간적으로 서운하다”고도 했다.
검찰은 24일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부나 일반 형사부에 김씨의 고소장을 배당하고 내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또 불거진 ‘박철언 비자금’… 20년 비서가 검찰에 고발
입력 2015-03-24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