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초단시간 근로자 117만명 ‘사상 최대’

입력 2015-03-24 02:53

경기 침체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시간제 근로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주당 18시간 미만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 117만명을 넘어섰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퇴직금 지급이나 4대 보험 등 법적으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인 ‘주당 15시간 미만’ 고용 활용도가 높아지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해 주당 1∼17시간을 일한 취업자 수는 117만7000명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주당 18시간 미만 근로자는 보통 하루 평균 2∼3시간 일하거나 2∼3일 정도만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로 ‘초단시간 알바(아르바이트)’로 불린다.

1995년만 해도 30만명에 못 미쳤던 초단시간 근로자 수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절대적 숫자가 늘면서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95년 1.4%에 불과했던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10년 96만명을 돌파하며 전체 취업자 중 4.1%로 규모가 커졌다가 지난해에는 5%를 넘어섰다.

문제는 18시간 미만 근로자 상당수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당 15시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며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지급, 무기계약 전환 혜택에서 제외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매일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일용직 근로자보다 법적 규제와 비용 부담이 적어 불황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계약을 소위 ‘돌려쓰는’ 편법적 고용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초단시간 근로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만 33만명 가까이 늘었다.

다만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육아기 여성 등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과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불황과 고령화 등으로 중·장년층과 청년 아르바이트생 등의 시간제 근로가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게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일시·간헐적 파견 근로가 만연해 있는 안산, 인천, 평택, 화성, 부천 등 주요 공단의 제조업체 300곳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산·시흥 지역의 경우 파견 근로자의 93.2%가 일시·간헐적 사유로 파견 근로자를 활용하는 등 지나치게 만연해 있다”면서 “불법 활용 가능성이 있는지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