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페이’ 전국시대다. 이곳저곳에서 ‘3초면 결제 끝’을 내세우며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결제 걸림돌로 지적되던 액티브X(Active-X)도 다음 달부터 자취를 감춘다. 오프라인에서도 애플과 삼성이 각각 신기술로 무장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 선도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고객 불편과 불만은 여전하다. ‘편의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앞장서 간편결제를 띄우고 있지만 각종 ‘페이’ 난립과 결제 방식 혼재에 고객들은 편리하기보다는 혼란스럽다. 보안 장벽이 낮아질수록 불안감이 커져 기존의 결제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1년이 지나 많은 것이 변했다. 액티브X가 사라지고, 공인인증서 의무화도 폐지된다. 페이팔, 알리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업체의 국내 진출에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 속에 카드사, 지급결제대행(PG)사, 통신사, IT업체, 제조업체, 온라인 쇼핑몰 등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K페이, 네이버페이, 옐로페이, 페이나우 등 제공되고 있거나 곧 선보일 서비스도 십여개에 이른다.
미리 결제 정보를 등록해놓고 결제 시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비밀번호 입력 등만으로 결제가 완료돼 편리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고객들은 A사이트에서 결제를 하며 B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C 사이트에서 간편결제를 사용하려면 또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허다하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난립하고, 아직 제휴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제 방식도 4∼5가지가 함께 안내돼 무엇이 간편결제인지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 결제 팝업창에는 일반결제(기존 안심결제), 원클릭(무인증) 간편결제, 앱카드, PG사 간편결제 등이 뜬다. 자주 온라인 쇼핑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각 결제 방식의 차이도 구분하기 어렵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나성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금융사의 결제 시스템이 잘돼 있어 스타트업기업의 기술을 금융사들이 받아들일 유인이 적다”며 “그렇지만 카드사들이 경쟁자의 시장 진출에 대비하고 소비자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결제 방식을 간편결제 쪽으로 정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도 고충이 많다. 정부의 압박에 급하게 액티브X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보안 문제가 걸린다. 지난해 정보유출 사태 때 겪었듯 사고가 터지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무작정 보안장치를 없애지 말고, 결제는 간편하게 하되 카드사가 온라인 이상금융거래탐지 시스템(FDS), 새로운 보안 프로그램 등을 갖출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간편하다는 ‘…페이’ 쏟아지지만 아직은 불편… 금융 보안도 의문
입력 2015-03-24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