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한식집에서 여성 2명이 나오더니 어디론가 걸어갔다. 이 한식집은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경찰에 제보한 곳이다. 인근에 ‘쫙’ 깔렸던 수사팀 중 일부가 조용히 여성들을 미행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남성 2명이 나와 여성들이 걸어간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들 남녀가 도착한 곳은 500여m 떨어진 한 모텔이었다. 성매매를 확신한 단속반은 차분하게 기다렸다. 한참 뒤 경찰은 방문을 열고 현장을 급습했다. 이들은 성매매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추적 과정 등을 일일이 설명하자 고개를 숙였다.
덜미를 잡힌 남성 2명은 감사원 감사담당관실 4·5급 직원들이었다.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실 직원들이 성매매를 한 것이다. 이날 밤 경찰은 그 한식집에서 성매매를 하려던 남성들을 세 번 놓쳤지만, 네 번째 추적에서 ‘월척’을 낚았다.
단속 경찰은 처음에는 고위공직자 신분인 줄 몰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들은 ‘백이면 백’ 이름과 주소, 직업 등을 얘기하지 않는다”며 “지문을 통한 신원 확인도 영장이 있어야 하고, 구속영장 없이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48시간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힘 좀 쓴다’는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걸려들고 있다. 지난 2일엔 서울 시내 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 과장급 간부가 성매매를 하다 단속됐다. 이들은 모두 직위 해제됐다. 고위공직자를 노린 표적수사였을까. 경찰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틀에 한 번꼴로 성매매 피의자를 체포하는데 대부분 회사원이나 자영업자 등 비공직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왜 연행된 남성들은 2명씩일까. 일선 경찰서의 인력한계 때문이다. 단속 인원이 통상 5명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잠복부터 체포까지 수행하려면 물리적으로 2명 정도도 단속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들이 걸려든 때는 공교롭게도 ‘학교 인근 유해업소 집중단속’ 기간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3일 집중단속 기간을 연장하고, 대형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단속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성매매’ 감사원·국세청 간부들 어떻게 잡혔나… 경찰·여가부 단속 네 번째 만에 ‘덜미’
입력 2015-03-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