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해외 군사개입 확대를 위한 자위대법 등 일본의 안보 관련 법제 개정 움직임, 중국의 동북아 안보패권 강화, 북한의 실질적인 핵·미사일 능력 제고…. 최근에 벌어지는 외교·안보 이슈들이다. 거창하게 역사적 인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금의 동북아가 격랑에 휩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전략은 외교·안보·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미·일 동맹은 군사 전략을 중심으로 전에 없이 밀착됐고, 그 결과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상 첫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사이에 낀 한국의 현실이다.
고난도의 동북아 정세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장관급 으로 격상된 국가안보실은 사무처도 신설해 2명의 차관급 차장을 두는 등 위상을 높였다. 1차장 산하에는 중장기 전략기획 및 분석·대응 전략을 담당하는 안보전략비서관과 관련 부처 정책을 조율하는 정책조정비서관 등 4명의 비서관이 있다. 2차장은 외교·국방·통일 비서관을 산하에 둔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겸임한다.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도 맡아 명실상부한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드 문제나 한·일 관계 그리고 남북관계, 북한 핵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 중에서 현 정부 들어 가시적 진전이 있는 것이 없다. 대통령의 입에선 통일대박이나 일본의 역사인식 전환 필요 등과 같은 교과서적 언급만 나올 뿐이다.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중국의 ‘위협적’ 공개 발언이 있은 뒤에야 주도적 결정을 강조하고, 워싱턴에서 ‘한국 피로증’이란 조어가 생긴 지 오래 됐음에도 대일 전략은 똑같다. 국가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어설픈 장면들이다. 김관진 안보실장과 외교안보팀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현 상태 유지가 최적의 정책인 듯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안보실이 하는 일이 모두 공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요 현안이 불거졌을 때 아무런 대책이 없거나 관련 부처들 사이에서 조율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안보실의 무능 또는 무책임 때문이다. 전략을 짜는 컨트롤타워라면 당연히 내부적으로는 활발한 의견 조율과 유연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육사 출신 중심의 NSC 1기팀은 남북관계나 외교 정책에 있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받는다. 유연성이 부족한 집단사고의 결과였다. 국가안보실 중심의 NSC는 과연 구한말에 비교되는 요즘의 외교·안보 현실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는가.
[사설] 국가안보실과 NSC는 제 기능을 하고 있나
입력 2015-03-24 02:50